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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 출신 싫다면, 어디서 입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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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 출신 싫다면, 어디서 입양해야 할까

입력
2016.05.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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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종 전문가인 브리더들

도그쇼 목표로 우수 품종 번식

출전 강아지 제외하고 분양

마리 당 수백만원 가격이 부담

순종 위한 근친교배 등 문제도

동물 생산업, 허가 아닌 등록제

100마리당 관리인 1명이면 가능

“정부가 기준 마련 등 관리해야”

국내 반려견 공급은 대량 번식을 위한 이른바 '강아지 공장' 위주로 형성돼 있다. 사진은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인 푸들(왼쪽부터), 프렌치불독, 포메라니안, 시추와 혼종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카라
국내 반려견 공급은 대량 번식을 위한 이른바 '강아지 공장' 위주로 형성돼 있다. 사진은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견종인 푸들(왼쪽부터), 프렌치불독, 포메라니안, 시추와 혼종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카라

박 모(44)씨는 최근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의 간절한 애원을 이기지 못해 강아지를 데려왔다. 하지만 결심하는 순간부터 강아지를 데려오기까지 많은 선택과 고민을 했다.

박씨 가족은 대형마트와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것이 왠지 꺼림칙했다. 개를 출산 기계로 만드는‘강아지 공장’에서 데려 온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낳은 강아지인 가정견은 괜찮을 것 같아서 인터넷 카페를 들락거렸지만 선택하기 힘들었다. 박씨는 결국 인천의 한 가정집을 방문해 4개월 된 포메라니안 수컷을 30만원 주고 데려왔다. 박 씨는 “강아지가 태어난 곳과 모견을 확인하고 싶어 직접 방문했다”며 “아빠 개만 볼 수 있어서 정확한 출생 환경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년도 동물의 등록·유기동물 관리 등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등록된 반려견이 97만9,000마리다. 미등록 반려견, 반려묘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인구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을 공급하는 동물 번식 및 생산업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마당에 묶어 키우는 개가 아니라 생활의 동반자인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동물 판매는 번식업자→경매장→서울 충무로 애견 매장을 거쳤다. 현재 충무로 애견 거리는 동물 판매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로 이동하면서 쇠퇴했다.

문제는 인터넷 거래가 성행하면서 가짜 가정견 분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 번식업자들이 일반 가정에서 분양하는 가정견처럼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 가정견은 수익을 위해 번식을 시키다 보니 제대로 된 교배 정보나 강아지의 건강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처럼 가짜 가정견 분양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 국내에는 동물생산업자가 1,0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생산업으로 등록한 곳은 93곳에 불과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전산 오류로 100여곳이 누락되면서 93곳만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물 생산업이 허가가 아닌 신고 등록제라는 점도 잘못된 번식업자들의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 더욱이 등록 기준도 100마리당 관리인 1명만 있으면 되는 등 동물 복지와 거리가 멀다.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는 “심지어 채광이나 환기 등 기본적 등록 기준 마저 갖추지 않은 대형 번식 공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메라니안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김옥배 더스카이라크 대표가 경기 일산 포메라니안 견사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다. 고은경기자
포메라니안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김옥배 더스카이라크 대표가 경기 일산 포메라니안 견사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다. 고은경기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강아지를 믿을 만한 곳에서 데려올 수 있을까. 그나마 나은 방법은 ‘브리더’를 찾는 것이다. 브리더란 견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교배, 번식을 하는 전문가들을 말한다.

국내 브리더들은 일반 분양보다 우수 품종을 가리는 도그쇼 출전을 목표로 개를 번식시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은 혈통 보존을 위해 각자 번식 기준을 갖고 있으며 도그쇼에 출전시킬 강아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강아지 가격은 견종 등에 따라 다르지만 마리 당 200만원 이상이다.

1990년부터 포메라니안 견종을 공급한 브리더인 김옥배 더스카이라크 대표는 현재 100여마리(모견 25마리 안팎)의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다. 개들은 비닐하우스 형태의 목조 건물에서 생활하며 자주 야외 운동장에서 뛰어 논다. 김 대표는 도그쇼에 출전하기 위해 포메라니안을 교배, 번식시키고 있다. 그는 “개는 2년에 3번 가량 발정이 오지만 전부 임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1세부터 5,6세까지 새끼를 낳게 하고,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나야 분양을 한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브리더로 활동하는 박일수씨는 꼬똥드툴레아라는 견종을 15마리(모견 12마리) 키우고 있다. 박씨는 “도그쇼에서 활약하는 개의 모습 등을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올리는데 강아지 분양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 강아지 분양시 태어난 환경, 부모 개를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순종을 번식시키는 것 자체가 결국 외모를 위한 교배로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순종을 번식시키는 것 자체가 결국 외모를 위한 교배로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업계에서는 국내 일부 브리더들의 번식 환경이 강아지 공장보다 월등 낫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목적이 도그쇼 출전을 위한 번식이고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만큼 가격이 비싸서 근본적으로 강아지 공장을 대체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순종에 집착하는 일부 브리더들의 동물 번식이 외모에 치중한 교배여서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순종을 얻기 위해 근친교배 등을 하다 보면 해당 견종에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이 쉽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려 동물 공급 환경을 바로 바꿀 수 없다면 우선 신고제인 동물 번식사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 복지 기준에 맞는 생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정부에서 번식 횟수, 사육 두수, 판매할 수 있는 연령 등 각종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지 점검 후 동물 번식 사업을 허가한다. 동물전문출판사를 운영하는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국내의 경우 강아지 공장이나 도그쇼를 위한 브리더 등 동물 생산업이 기형적 구조로 발전했다”며 “출산 공장을 근절하려면 정부의 체계적 관리와 반려인들의 책임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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