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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靑 수감했던 친청 감옥... 스산한 기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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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靑 수감했던 친청 감옥... 스산한 기운 여전

입력
2016.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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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제일(第一)감옥’으로 불리는 친청(秦城)감옥을 찾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베이징(北京)시내인데도 택시기사 5명에게 연이어 퇴짜를 맞았다. 한 기사는 “공안에게 조사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결국 지인의 승용차를 얻어탔지만 네비게이션에선 친청감옥을 찾을 수 없었다. 바이두(百度) 지도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1시간 30분 넘게 달려 도착한 곳 역시 목적지와는 다소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70대 노파의 안내로 2,3분 정도 차를 달려 500m 남짓한 2차선 가로수길에 들어섰더니 그제서야 정면 끄트머리에 친청감옥이 나타났다.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친청감옥 정문.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친청감옥 정문.

적막한 시골 한 켠에 위치… 분위기 자체가 위압적

친청감옥은 베이징시 창핑(昌平)구 샤오탕(小湯)산 근처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감옥은 모두 사법부에서 관할하지만, 이 곳은 유일하게 공안부에서 통제한다. 수감자 대부분은 고위급 부패사범이나 정치범들이다. 1958년 구 소련의 지원으로 완공된 친청감옥의 존재는 한동안 비밀에 부쳐졌고 인근 주민들도 군사체육시설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친청감옥이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네번째 부인이자 문혁 4인방 중 한명인 장칭(江靑)이 수감되면서다. 천안문광장에서 150만명의 홍위병을 사열하는 등 서슬퍼런 문혁의 10년 광풍을 주도했던 그는 마오쩌둥 사망 후 체포돼 이 곳 친청감옥 20㎡의 좁은 감방에 수감돼 15년을 복역했다.

정문 양 옆으로 길게 둘러쳐진 5m 높이의 담벼락은 천하를 호령했던 여장부의 기세를 꺾어놓기에 충분해 보였다.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담벼락 위 철조망은 물론 초병 한명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 자체가 주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400m 정도 되는 오른편 담벼락을 돌아가자 일반 철제 가림막 사이로 마치 잘 정돈된 공원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3,4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들이 바로 감옥인 듯했다. 20여명의 인부들이 정원 손질을 위해 대기중인 모습도 보였다. 정문 앞에서 봤던 예닐곱대의 고급승용차는 모두 면회 온 사람들의 차일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스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림막 사이로 10여분을 지켜봤지만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 와중에 군인들의 기합과 함성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한 인부는 “안에서 특수부대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정감옥 내부 전경.
친정감옥 내부 전경.

평온한 인근 마을 주민들도 ‘문혁’ 얘기엔 화들짝

인근 마을은 그야말로 평온한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일상생활에선 친청감옥의 존재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높다란 담벼락 아래로 양떼를 몰아오는 주민도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문혁 얘기를 꺼내자 분위기가 금새 냉랭해졌다.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줬던 그 노파도 얼굴을 찌푸린 채 단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한 60대 노인에게 장칭의 수감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자 “그 여자는 악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4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한 남성은 “이 곳에서도 문혁 때 동네사람 여러 명이 죽었다고 한다”면서 “어른들에겐 문혁 얘기 절대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문혁이 시작된 지는 반세기가 됐고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도 40년이 흘렀지만 당시의 광기는 한적한 시골마을 사람들의 가슴 한 켠을 여전히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친청감옥 담벼락 밑으로 양떼를 몰고가는 인근 마을 주민.
친청감옥 담벼락 밑으로 양떼를 몰고가는 인근 마을 주민.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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