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5ㆍ16’ 통지로 점화된 문화혁명이 16일 50돌을 맞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가급적이면 문혁을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 반면 극심한 빈부격차와 가열되는 경쟁 속에 당시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의 중국에는 10년에 걸쳐 진행된 광기의 피바람에 대한 공포와 평등세상 실현을 꿈꿨던 향수가 교차하고 있다.
걸그룹 공연마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중국은 최근 ‘56송이 꽃’이라는 이름의 걸그룹 공연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이 걸그룹이 문혁 당시 홍위병들이 불렀던 ‘조타수에 의지해 대해를 항해하자’는 노래를 합창했기 때문이다. 당시 무대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함께 ‘전 세계 인민이 단결해 미 제국주의를 쳐부수자’는 구호 아래에서 진행됐다.
당장 수도 베이징의 심장부에서 문혁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렸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혁명원로의 딸이 직접 당 중앙에 “문혁을 재현한 이번 행사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앞 길을 막는 행위”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행사 주최측은 공연자들의 독단적인 행동 탓으로 돌리며 발을 뺐고, 당국은 민간단체가 당 선전부 명의를 도용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 논란은 중국 사회가 문혁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개 걸그룹의 공연 하나로 온 사회가 들끓는 상황 자체가 극히 비정상적이란 점에서다. 그만큼 중국 사회 곳곳에 문혁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물론 문혁을 이끌었던 공산당조차 아예 공식행사 자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문혁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다.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시정부가 최근 중국 내 유일한 문혁박물관을 사실상 폐쇄한 게 단적인 예다. 문혁의 과오를 반성하고 당시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박물관에 대한 세간이 관심이 집중되자 폐쇄 조치를 취한 것이다.
부정했지만 여전히 극복 못한 문혁의 그림자
중국 당국은 1981년 공식적으로 문혁을 ‘극좌적 오류’로 평가했다. 하지만 문혁의 총책임자인 마오쩌둥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극복으로는 반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산혁명의 영웅으로 그를 추앙하고 마오이즘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집권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특히 문혁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혁ㆍ개방의 길을 가면서도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사상을 계승하고 있다고 선전한다. 문혁을 부정은 했지만 철저히 극복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친과 본인 모두 문혁의 피해자인 시 주석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문혁의 그림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일단의 극좌파 인사들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문혁 5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열고 미완의 혁명을 완성시키자고 주장했다. 문혁의 과오와 반성을 담은 개혁잡지의 발간이 돌연 중단됐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적 소설가이기도 한 왕멍(王蒙) 전 문화부장은 지난 3월 출간한 저서에서 “당과 지식인들은 과거 10년에 걸친 문혁 기간 중의 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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