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치한 재력가를 ‘성불구로 만들겠다’고 협박해 10억원을 뜯어낸 원로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 재력가를 감금ㆍ폭행해 금품을 가로챈 혐의(강도상해 등)로 폭력조직 양은이파 고문 이모(70)씨와 행동대장 강모(56)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 도피를 도운 안모(56)씨 등 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올해 1월30일 오전 9시쯤 서울 강남의 재력가로 알려진 김모(61)씨에게 “사업가를 소개시켜주겠다”며 광주 송정리역 인근으로 데려간 뒤 손발을 줄로 묶고 안대를 씌워 수차례 폭행했다. 한 시간 뒤에는 김씨를 전남 보성군의 한 민박집으로 끌고가 강제로 옷을 벗겨 사진촬영을 하고 각목으로 전신을 때렸다. 또 일회용 주사기를 허벅지에 찌르며 “성불구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계속된 위협과 폭력에 겁을 먹은 김씨는 같은 날 오후 이씨가 지정한 은행계좌로 10억원을 이체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김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와 통신기록을 분석한 끝에 이들이 조직폭력배들의 도움을 받아 도피 중인 사실을 확인했고, 2월부터 이달 10일까지 광주와 서울 등에서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1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김씨가 재력가임을 알게 돼 범행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씨는 가명을 써 김씨는 그가 조폭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일당은 미리 차량과 민박집을 물색하고 검거에 대비해 ‘피해자가 스스로 돈을 준 것’이라고 입까지 맞추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며 “주사기 속 액체는 증류수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호남 조폭 대부’로 통하는 이씨는 1980년대 3대 조폭 패밀리인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OB파 두목 이동재 등으로부터 선배 대접을 받은 인물로 알려졌으며, 한 때 가명을 사용해 서울에서 명상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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