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약관 포함 주장” 불인정
그간 미지급한 금액 2000억원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수년간 지속돼 온 생명보험사와 소비자 간 법정다툼에서 대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생보사들이 2,000억원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을 무효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 보냈다.
재해특약은 재해로 인한 사망에 통상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많은 돈을 주는데, 대부분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이전 판매한 재해특약 약관에는 일반 사망보험처럼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유족들이 재해특약 보험금을 청구하자 생보사들은 그간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전 실수로 포함된 것”이라며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논리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1심(지급해야 한다)과 2심(지급하지 않아도 된다)에서 엇갈린 판결에 대해 수많은 유사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대법원이 “지급 사유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생보사들은 2,000억원 안팎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ING생명(653억원),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신한생명(103억원) 등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그간 지급을 거부해온 9개 생보사를 상대로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규모를 다시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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