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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음악이 바뀌었다고요? 돌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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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음악이 바뀌었다고요? 돌아갈까요?”

입력
2016.05.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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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작곡이 잘 안 될 때 오빠한테 도와 달라고 몇 번을 얘기했죠. 그런데 바로 ‘그럼 작사· 작곡에 이찬혁 넣어줄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좀 도와주면 안 돼?’라고 했는데, 어쨌든 다음부터는 그래서 얘기 안 해요.”(수현·17) “그게 아니라요….”(찬혁·20)

서로 격의 없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니 친남매는 친남매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2년 만에 낸 새 앨범 ‘사춘기 상’과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수현은 “저희를 바르고 착한 ‘국민 남매’처럼 보시는 데 저희끼리 싸우기도 많이 싸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초원이 펼쳐진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라서일까. 풋풋한 악동뮤지션의 노랫말처럼 두 사람에게선 도통 ‘때’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성년이 된 찬혁은 아직도 부모님 허락을 받고 컴퓨터 게임을 한단다. “하루 두 시간”이 정해진 시간이다. 동생인 수현도 “TV를 많이 보면 부모님께 잔소리도 듣는다”고 웃으며 오빠의 말을 거든다. 탈선이란 말을 떠올릴 수 없는 ‘천연기념물 남매’가 따로 없다. 그런 두 남매가 ‘사춘기’란 단어가 담긴 앨범을 들고 나왔다. 2011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우승해 스타덤에 오른 ‘국민 남매’에게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1집 시절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에요.” 악동뮤지션 찬혁이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두 사람의 사춘기는 어땠나.

찬혁=“열일 곱 살이 되던 해인 1월에 노래를 처음 만들었다. 꿈도, 장래희망도 없었던 때다. 아빠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막연하게 ‘춤 출까요’란 식으로 답해, 아빠가 답답해했다. 말도 잘 안 했다. 그러다 부모님이 내가 쓴 노래 가사를 보고 ‘아, 찬혁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란 걸 알게 됐다고 하시더라. 난 노래로 내 마음을 표현했고, 그 때부터 부모님이 내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그 때 아빠가 ‘널 이해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해주셨다.”

수현=“그 때 오빠가 말을 안 해 가족들은 다들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네 명이 같이 앉아 얘기를 해보려 하면 한 시간이 지나도 답을 안 하고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아무 말이라도 해 봐’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빠와 달린 난 특별한 사춘기를 치르진 않은 것 같다. 오빠는 내가 요즘 사춘기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환경에서 하고 싶은 음악하고 반항할 거리도 없다. 나쁜 생각을 할 것도 없고(웃음).”

수현의 얘기를 듣던 찬혁은 “이번 앨범 녹음할 때 수현이 눈치를 많이 봤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해서인지 녹음이 잘 안 될 때는 수현이가 유독 예민했단다. 수현이는 새 앨범 컴백을 위해 체중을 8kg이나 뺐다.

-8kg이나 뺀 이유가 있나.

수현=“지난해 12월 몸무게 최고점을 찍었다. 이렇게 갔다간 컴백했을 때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엇보다 이제 내가 ‘낭랑 18세’가 됐지 않나. 이렇게 좋은 황금기를 예쁘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웃음).”

-타이틀곡 ‘리 바이’는 재즈 느낌이 강하다. 1집과 비교해 2집 전반적으로 편곡이 너무 세련돼 악동뮤지션의 순수함을 가리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찬혁=“악동뮤지션의 음악이 YG스러워졌다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리 바이’는 YG에 들어가기 전에 만든 노래다.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써 둔 곡 중에는 힙합의 느낌이 나는 곡도 많이 있다. 트로트 곡도 있고. 1집 때와 달리 2집 때는 음악적인 다양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더 대범하게 간 거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분들이 ‘악동뮤지션 바뀌었네’라고 해 지금 솔직히 1집 때 우리 색으로 ‘‘빽도’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사춘기 하’ 앨범에 실릴 곡도 수정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 진보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가사를 보면 ‘돌덩어리로 태어났다면 이리저리 치이고 떼굴떼굴 떨어지고 말 텐데’란 내용이 있다. 악동뮤지션하면 순수한 노랫말을 많은 사람들이 매력으로 꼽는다. 순수함의 근원은 어디일까.

찬혁=“순수하려고 노력하며 산 것 같다. 가족들이 아침이 되면 다들 모여 ‘오늘 어떻게 보낼까’란 식으로 얘기도 하고, 항상 가족끼리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고민했다. 엄마 아빠의 가르침을 항상 받았고. 비뚤어 질 때가 있으면 모여서 같이 풀어보려고 노력했고. 몽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아직 가족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는다.”

수현=“가정 교육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우린 존댓말을 썼다. 욕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순수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이 그런가.

찬혁=“이제 성인이 돼 아이의 시선으로 노랫말을 쓰는 게 눈치가 보이더라. 밖에서 볼 때는 ‘너도 어른이잖아’라고 할 수 있으니. 그래서 최대한 순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술과 담배를 멀리 하고 있다(웃음).”

수현=“오빠가 주민등록증을 지난해 받았다. 그걸 받고 나서도 전혀 행복해하지 않더라. ‘뭐가 달라지는 거지’하면서. 한 번 딱 좋았다. 자정 넘어 게임방에 서 게임을 할 때다.”

-악동뮤지션의 소소한 노랫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찬혁=“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일상적인 것이라도 내버려 두지 않고 그걸 주목했을 때 새로운 얘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수현=“오빤 엉뚱한 호기심이 장점이다. 사실 ‘다리 꼬지마’란 곡만 해도 그 행동이나 말 자체만으로는 얘기가 안 되는데, 그 모습에서 새로운 얘기를 꺼낸 거니까.”

-‘리 바이’를 가수 이하이에 주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현=“(이)하이 언니의 ‘원투쓰리포’를 듣고 정말 좋아서, 오빠한테 ‘이런 곡 써 달라’고 닦달을 했다. 그래서 오빠가 그 자리에서 쓰기 시작해 만든 곡인데, 하이 언니 들려줬더니 ‘좋아해 줄까?’란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냐며 내가 부를 거라고 했다. 그렇게 사수한 곡이다(웃음).”

-‘사춘기’란 앨범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찬혁=“전 솔직히 최대한 빨리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제 스무 살도 됐고. 그런데 갑자기 보여드리기에는 다들 낯설어 하실 것 같더라. 악동뮤지션 하면 초원에서 뛰어 놀 것 같은 아이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 고민하다 솔직하게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풋풋한 모습은 내가 수현이 덕에 업혀가는 게 많다. 이번 앨범이 잘 되면 사춘기를 잘 넘기는 게 아닐까 싶다.”

-’사춘기 하’는 언제 나오나.

찬혁=“올 하반기 안에 나올 거다. ‘사춘기 상’이 사춘기를 겪는 아이의 얘기라면, ‘사춘기 하’는 사춘기를 지나온 아이의 얘기다.”

-수현 양이 작사 작곡도 한다고 들었다.

수현=“완성된 자작곡이 5곡이다. 만들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10곡 정도다.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 이번 악동뮤지션 앨범에 하나만 넣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오빠가 안 된다고 했다. 방해하지 말라고. 악동뮤지션 앨범은 오빠 노래로만 채워야 한다고. 그래서 이를 갈고 있다(웃음).”

찬혁=“곡을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좋더라. 내 자리가 위험할 정도로. 하지만 겉으론 안 좋은 소리를 많이 했다. 그랬더니 동생이 ‘진짜 못 됐다’더라. 평소에 동생을 조수란 말과 섞어 ‘조수현’이라 부른다. 내 음악적 색깔을 좀 더 악동뮤지션 앨범에 보여주고, 그게 식상하다 싶으면 동생의 노래로 새로움을 주려고 그러는 거다. 수현이 곡은 개인 앨범으로 따로 내도 되고. 그런데 동생이 이젠 자기 곡을 안 들려준다.”

-그래도 서로가 보는 매력을 꼽아본다면.

수현=“작사와 작곡을 해보니 오빠가 대단하단 걸 알겠더라. 처음엔 오빠가 곡 쓰는 게 하나도 신기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기타 들고 몇 시간 앉아 있으면 곡을 써내곤 했으니까. 그래서 ‘아 다 저렇게 나오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곡을 쓰겠다고 피아노 앞에 앉아보니 두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나오더라.”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활동하는 데 남매라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찬혁=“처음에는 세상에 목소리 좋은 여가수가 많은데, 동생이 파트너가 돼 집에서도 보는 데 하루 종일 얼굴 마주 봐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같이 하고 보니 진짜 파트너란 생각이 들더라. 이젠 약간의 연기와 더불어 친한 남매로서의 이미지도 만들어가고 있다(웃음).”

수현=“좋은 점은 피드백이 확실하단 거다. 날카롭다. 무대 끝나면 ‘이건 좀 별로였다’ ‘구렸다’ 바로 얘기 하니까. 노래 잘못했으면 ‘왜 그랬어?’라고 꼬집고. 서로 굉장히 날카롭게 지적해주면서 상처도 받지만,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주위에선 우리가 어리니 잘 한다는 얘기만 해주니까. 무엇보다 힘들 때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차에서 쉴 수 있어 좋다.”

-활동 안 할 때는 뭐하고 지내나.

찬혁=“수현이는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한다. 수현이가 한국 와서 처음 부른 노래가 장윤정 선배님의 ‘어머나’다. 그 노래로 노래방에서 가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난 자이언티 선배님 노래를 좋아한다. 수현이가 노래할 때 난 주로 화음을 넣는다. 수현이가 워낙 트로트를 자연스럽게 불러 앞으로 악동뮤지션이 트로트를 할 수도 있을 거 같다(웃음).”

-둘이 언제까지 같이 활동할 수 있을까.

찬혁=“달라질 게 있을까. 서로 따로 결혼한다고 해도 서로의 아이들이 피처링하고 뭐 그렇지 않을까.”

수현=“평생 할 것 같다. 가족이잖나. 해체란 것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고.”

-수현 양은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더라. 대학 진학 생각이 있나.

수현=“고졸 검정고시도 볼 거다. 초 · 중 · 고를 다 검정고시로 보는 거다. 그런데 과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대학 진학보다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많이 앞서가긴 했지만 가수를 그만두면 다른 걸 찾아야 하니까 실용적인 기술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다. 메이크업이나 바리스타 관련 자격증처럼.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도전해보고 싶고.”

-직접 곡을 쓰는데 히트곡이 많아 또래에 비해 통장이 두둑하겠다.

찬혁=“수익은 전적으로 부모님이 관리한다. 전 용돈을 받아 쓴다. 처음엔 (정기적으로 용돈을)안 받고 필요할 때마다 받아썼다. 이제 스무 살이 됐으니 내 또래들처럼 직접 돈 관리를 해보고 싶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 다들 어디에 쓸까 고민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나. 그래서 내 또래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 수 있는 돈 정도를 용돈으로 받아 적금도 들었다. 이렇게 받는 돈 10%는 따로 모아 기부하기 위한 구제비로 모으고 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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