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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에게 달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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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에게 달려 있어”

입력
2016.05.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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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식당에서 열린 ‘제3인류’ 완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식당에서 열린 ‘제3인류’ 완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안에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안드로이드가 개발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작가 라블레의 말을 인용하면 의식이 없는 과학은 칼날과도 같습니다. 인공지능(AI)의 미래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제3인류’ 한국어판 완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1994년 첫 방한 이후 일곱 번째다. ‘개미’ ‘뇌’ ‘나무’ 등 과학과 철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소설로 국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베르베르는 3월 교보문고가 최근 10년 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을 집계했을 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3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한국은 나의 초기작부터 깊이 이해해주고 사랑해준 특별한 나라”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6권으로 완간 된 ‘제3인류’는 신화와 철학, 과학이론을 접목해 야심 차게 써내려 간 ‘신(新) 창세기’다.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가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기’라는 베르베르의 줄기찬 문학적 지향은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미성숙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주의 자리에 올려 놓음으로써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출해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5,6권에서는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 히파티아 김(김은선)이 여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고대문명이 피라미드를 송신기로 사용해 지구와 소통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단군신화, 남북 분단 등 한국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심도 있게 다뤄진다.

작가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구가 살아 있는 생명체이자 지성과 의식을 가진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인류가 미래에 확고하게 자리를 다지기 위해선 인간들끼리 화해해야 할 뿐 아니라 인간과 지구도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을 작중인물로 삼은 것에 대해선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아 한국 역사를 독학했다”며 “단군신화 등 서구권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사에 대해 알려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야기도 나왔다. 작가는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인식이 없고 따라서 책임감도 없다”며 “로봇이 나중에 자아를 인식하게 되면 흥미로워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기계를 프로그래밍하는 인간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내 모든 작품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로봇이 소설가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에 대해선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소설은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며 “로봇이 정치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8일 간의 일정으로 방문한 작가는 프로야구 시구를 비롯해 대중 강연, 팬 사인회 등을 소화한 뒤 20일 출국한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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