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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일러스트레이터 ‘퍼엉’과 한국인들의 사랑

입력
2016.05.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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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믿기 힘들다. 나는 내 아내를 소개팅으로 만났다. 숙명여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때, 내가 가르치는 클래스 중 하나가 한국인 교수 대상의 영어회화였다. 네 분의 교수들과 함께했는데 학기 말에 우연히 그중 한 분으로부터 소개팅 제의를 받았다. 그 후 아내와 나는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고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몹시 추운 겨울이었던 그 날, 이태원역 앞에서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를 기다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내를 처음 봤을 때 웃고 있던 그 얼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내가 입었던 옷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상하게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날 지금은 사라진 ‘소르티노스’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다. 우리는 스테이크와 라자냐를 먹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은 분명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고 삼청동의 커피숍이나 정동길에서 데이트를 했고 첫 키스도 했다. 그리고 만난 지 2년 후 나는 아내에게 청혼했다. 아내는 승낙했고 그 이후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작년 여름 우리는 레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서울 변두리의 작은 집으로 이사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범하면서도 꿈결 같은 행복….

이러한 행복과 따스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이 있다. 전 세계 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퍼엉(Puuungㆍ박다미)’의 작품들이다. 퍼엉의 웹사이트와 갓 출간된 아름다운 그림에세이집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에는 사소하지만 숨 막힐 정도로 로맨틱한 젊은 연인의 일상을 옮겨낸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이 담겨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연인은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모습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같이 요리를 하고, 꼭 껴안고, 함께 팝콘을 먹고, 함께 고양이를 돌보고, 다툰 후 화해하고, 창가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함께 본다. 퍼엉의 그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느끼는 소소하지만 깊은 즐거움 그리고 따뜻함과 애정이 가득하다.

철학자 플라톤은 ‘소설은 우리를 착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거짓말로 가득 차있다’ 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들은 퍼엉의 작품이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작품 속에 더러운 아기 기저귀나 두 사람의 경제적 문제 등은 절대 등장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퍼엉의 작품 속 장면들은 내 삶 속 순간들과 절묘하게 겹쳐져 보는 순간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퍼엉은 그의 그림 에세이집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가 ‘사랑’이고 그 ‘사랑’은 소소한 일상에서 스치듯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일상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찾아서 옮겨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존 레넌은 ‘인생이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퍼엉의 작품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기념하도록 해준다.

작년에 나는 TV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 출연하는 알베르토 몬디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비정상 회담에서 그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이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라고 답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짧은 이 한마디가 한국에서 충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래서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을 일깨워 주는 퍼엉의 작품들에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 글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고 싶다. 현의야, 사랑해!

일러스트레이터 퍼엉 작가와의 만남’ 5월 28일 토요일 오후 4시 명동 해치홀.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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