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환 현 군수 뇌물수수 혐의 구속
민선 4~5기 군수도 뒷돈 챙기다 옷 벗어
해남군민 “정말 징그럽다” 망연자실
“군수들 때문에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습니다. 허허.”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오전 해남군 청사 앞에서 만난 김모(49ㆍ여)는 연방 헛웃음만 지어댔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거 (군수를)뽑아 놓기만 하면 검은돈 챙기다 구속되니…. 정말 징그럽습니다.” 그가 군수 얘기에 이처럼 진저리를 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07년부터 3대째 군수가 비리 혐의로 옷을 벗는 불명예 기록을 세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민선 4기 군수였던 박모씨는 지난 2006년 7월 부하 직원 7명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1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이듬해 10월 또 다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사직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보궐선거를 통해 군수로 당선된 김모씨 역시 2010년 3월 조명업체 A사가 26억원 규모의 땅끝마을 경관조명공사를 맡도록 도와주고 1억5,000만원을 받는 등 3개 업체로부터 1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2010년 6ㆍ2지방선거에서 김 전 군수의 자리를 꿰찬 박철환 현 군수도 뇌물 비리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군수는 지난 12일 비서실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와 직원들 인사기록을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군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비서실장(구속)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출시한 ‘문재인 담쟁이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박 군수는 대선이 끝난 뒤 투자금을 돌려받고도 이를 비서실장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해남군에서 2011~2015년 직원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을 적발, 담당자 등에게 주의 처분과 징계를 권고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남군수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주민은 “군수를 뽑아 놓기만 하면 뇌물을 받아 먹고 사법처리되니, 어디 군수들 때문에 주민들이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남군은 박 군수의 구속에 따라 양재승 부군수의 군수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갈 전망이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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