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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에 자극 받았나…북한, 외국인 사령탑 선임

입력
2016.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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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감독으로 선임된 예른 안데르센. AFP연합뉴스
북한 축구감독으로 선임된 예른 안데르센. AFP연합뉴스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국인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 노르웨지안 방송(NRK)은 12일(한국시간)“예른 안데르센(53)이 북한대표팀 감독으로 간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건 1991년 헝가리 출신 팔 체르나이 감독 이후 25년 만이다. 팔 체르나이 감독이 1993년 떠난 뒤 줄곧 국내파 사령탑이팀을 지휘했다. 북한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에 아쉽게 실패했다. NRK는“안데르센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대비해 팀을 재정비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축구 발전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9월 북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집행위원회 참석을 위해 정몽규(54) 대한축구협회장과 함께 평양을 다녀온 김동대 축구협회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한국 축구가 최근 발전한 비결이 뭐냐”고 상당히 궁금해 했다고 한다.“좋은 감독을 데려왔기 때문이다”고 답하자 북한 인사들은 “우리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고 싶은데 고액 연봉이 문제다”며 안타까워했다는 것. 김 부회장은“자국 코치만으로 한계를 느낀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축구에 애정이 깊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일을 직접 지휘했다는 말도 있다. 북한축구 소식통은“당 지시에 따라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직접 접촉을 한 것으로 안다”며“2005년부터 10년 이상 대표팀을 맡아온 윤정수 감독은 북한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인이다. 한국의 차범근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런 윤 감독 대신 외국인을 데려온 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안데르센 감독의 연봉 수준에 대해 이 소식통은“외부 후원을 받았을 거다. 북한 돈으로 절대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1991년 팔 체르나이 감독에게 5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 안데르센 감독의 몸값도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처음부터 독일 출신 코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센 감독은 노르웨이 사람이지만 독일 축구와 인연이 깊다. 1985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뉘른베르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함부르크 등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다. 1990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8골로 득점왕도 차지했다. 1993년 독일 시민권을 받았고 2000년 은퇴 후에도 오버하우젠과 마인츠 등 주로 독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독일 축구가 세계 축구의 중심이고 한국이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을 영입해 성공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번 선임이 대외선전용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존 페데르 에게니스 노르웨이 엠네스티 사무총장은 NRK를 통해 “북한은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안데르센이 선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팔 체르나이 감독도 재임기간 외부 간섭에 많이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2022 월드컵을 준비한다면서 안데르센 감독의 계약 기간이 1년이라는 점도 의아하다.

하지만 북한 소식통은 “체르나이 감독에게는 실제 많은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지금과 그 때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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