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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플랫폼 주도” 사활 건 두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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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플랫폼 주도” 사활 건 두뇌싸움

입력
2016.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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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ㆍGEㆍ페이스북 등 각축전

시장 규모 8년 뒤 111억달러로

산업 생태계 혁신의 승부처

“승자독식… 경쟁서 밀리면 끝”

방대한 데이터 수집ㆍ구축 올인

지난해 전 세계에서 810만대가 판매된 ‘스마트워치’는 아직 심박수나 혈압 등을 측정해 저장하는 기능에 그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플랫폼과 결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혈압 상승 시 약 복용, 위급상황 시 의료기관 연결 등 차원이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말한다.

AI 플랫폼이 의료뿐 아니라 제조, 유통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급격하게 진화하고 있다.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구글의 AI ‘알파고’가 이긴 것처럼 AI 진화의 속도는 쏜살같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2일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AI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렉티카는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15년 2억달러에서 2024년 111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 성별과 연령, 지역별 관심사를 수집하고 있다. 구글의 AI는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지식으로 구축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플랫폼화한 것처럼 AI를 플랫폼화해 산업 생태계 혁신까지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지난 3월 공개한 AI 플랫폼은 음성 인식, 영상 처리, 번역 등 시간과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을 단시간에 해결해준다. 개발자는 플랫폼이 처리한 영상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번역 결과물로 다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개발자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구글은 개발자와 사용자로 얽힌 생태계의 최상단을 점유하게 된다.

항공, 에너지, 헬스케어, 제조 등을 영위해온 GE는 산업용 AI 플랫폼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태세다. GE의 AI 플랫폼 ‘프레딕스’는 생산 현장에서 각종 센서로 모은 정보를 분석해 제품의 성능과 생산성 효율을 높이고 있다. GE는 프레딕스를 자사 500개 공장에 2년간 운영, 비용 6조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접속한 사용자가 단 댓글과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싫어요’ 같은 반응 등을 분석, 사용자의 성격을 판단한다. 아마존도 쇼핑 이력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이를 개인 맞춤형 여행ㆍ식당ㆍ쇼핑리스트 같은 정보로 가공하면 여행사나 유통 업체들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관건은 누가 빨리 주도권을 쥐느냐다. 예를 들어 A회사의 AI 플랫폼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사용자가 시장을 점유하면 A사는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해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타사보다 훨씬 더 진화한 AI 플랫폼을 갖게 된다. AI 플랫폼 1위 업체가 거의 전 산업분야의 주도권을 쥐는 ‘승자독식’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플랫폼 사업을 할 역량이 안 되면 신속하게 플랫폼 기업과 제휴해 앱이라도 개발해야 한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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