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2년 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 사태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동반 사퇴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뒤늦게 거액의 성과급을 챙겨주면서(본보 5월9일자 17면)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KB는 “관련 지침을 따른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KB가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논란이 된 당사자들의 성과급 산정기준과 산출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는 13일 경영공시를 통해 주요 경영진의 보수 현황을 공개한다. 다만 이번에 그 동안 밀린 성과급을 받기로 한 임 전 회장, 이 전 행장 그리고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책정된 성과급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KB 관계자는 “2~3년 전 퇴직한 경영진은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따른 것”이라며 “개인의 사생활 문제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들이 당해 연도에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임원에 대해서만 보수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제도 취지 자체가 기업의 경영 성과가 어떻게 보수로 이어졌는지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KB가 관련 법률을 이유로 성과급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건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이면 기업이 규정과 관계 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이번 KB의 조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금융 노조는 최근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한 경영진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도 “KB 이사회가 법 형식 논리 뒤에 숨은 채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재량적 판단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편 이번 KB의 결정으로 임 전 회장은 4억원이 넘는 단기성과급과 향후 3년간 2억5,000만원 안팎의 주식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2014년 9개월간 근무한 것에 대한 단기성과급을 받고, 어 전 회장도 15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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