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11~22일)는 한국 영화 팬에게 특별합니다. 한국영화가 5편이나 초청됐고, 수상의 기쁨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박쥐’ 이후 7년 만에 칸에 입성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후보로 올라 수상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 역시 ‘추격자’ ‘황해’에 이어 ‘곡성’을 비경쟁부문에 올려놓으면서 칸이 사랑하는 감독임을 입증했습니다.
두 감독뿐만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상영될 예정이며, 박영주 감독의 단편 ‘1킬로그램’은 시네판다시옹 부문,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는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각각 올라 한국영화의 위상을 알렸습니다. 국내에서도 30여 매체가 칸에서 취재 경쟁을 펼칠 예정입니다. 박 감독의 경쟁부문 진출과 수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프랑스 칸으로 향하는 길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세계 영화계의 최대 축제인 칸 영화제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니까요. 칸영화제의 협력사인 에어프랑스를 이용하면서부터 테러와의 전쟁은 시작됩니다.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사를 받고 에어프랑스에 탑승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됩니다. 에어프랑스는 승객들이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에도 무작위로 짐과 몸 수색을 했습니다. 가방과 노트북, 옷가지 등으로 짐이 많았던 기자는 가방을 열고 소지품을 확인 받았습니다.
에어프랑스를 타고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지만 보안 검색대를 또 한 번 마주했습니다. 칸으로 가려면 니스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는데, 이 때도 보안검색이 철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개인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의 일이 번거로울 수 있었지만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프랑스의 대비는 무척 탄탄했습니다.
니스 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이들도 완전무장을 하고 총을 든 군인들이었습니다. 전쟁 영화에서나 보던 총을 실제로 보니 테러의 공포가 엄습해왔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밟으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칸영화제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발 주변 역시 총을 든 군인들이 4,5명씩 팀을 이뤄 지키고 있었지요. 해외 영화계 인사 및 언론들이 집결하는 장소이니만큼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으니까요. 영화관계자 및 취재진들만도 5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였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최고 수위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경찰과 군인, 보안요원 등 1,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미리 신청해 놓은 프레스카드를 받기 위해 찾은 프레스센터에서도 보안요원들과 먼저 마주쳤습니다. 영화제 측으로부터 받은 프레스 등록 서류가 있어도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이를 위해 기꺼이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보여주고 몸 수색용 검색대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고 불평하는 이가 없고, 보안검색을 하는 요원들도 ‘메르시’(고맙다는 뜻의 프랑스어)를 연발하며 미안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프레스카드를 받았다고 모두 끝난 게 아닙니다. 이번에는 행사장에 들어설 때마다 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프레스카드에 부착된 바코드를 꼭 찍고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소지품 검사와 몸 수색 역시 철저하게 통과해야만 합니다. 행사장 입구에만 20~30여 명의 보안요원이 문을 지키고 있지요.
그렇게 들어온 프레스센터에서는 수많은 취재진이 기사를 송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반가운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화제가 개막한 날(11일)부터 매일 발행되는 영화 매거진 ‘스크린’과 ‘버라이어티’에 우리 영화 ‘아가씨’와 ‘부산행’이 표지를 장식했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은 ‘아가씨’의 주인공 김민희와 하녀 역 김태리의 영화 속 모습을 표지로 실었습니다.
‘버라이어티’에는 ‘부산행’ 기사와 함께 마지막 표지에 ‘부산행’의 광고가 실렸습니다. 영화 상영 일자들도 상세히 담겼는데요. ‘부산행’을 홍보하기 위한 제작사 등의 광고일 확률이 높겠지만 5,000여 명의 전세계 취재진이 눈여겨봤다는 점에서 어깨가 들썩였습니다.
12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는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머니 몬스터’의 기자간담회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길게 줄을 섰지만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모여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모니터에 눈과 귀를 집중합니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머니 몬스터’는 유명 주식 프로그램 ‘머니 몬스터’의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가 추천한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카일 버드웰(잭 오코넬)이 TV가 녹화되는 스튜디오 전체를 인질로 삼는다는 내용입니다. 인질극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프로듀서 역은 줄리아 로버츠가 맡았습니다.
40년 전 13세의 나이에 영화 ‘택시드라이버’(1989)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조디 포스터는 “감독으로서 칸 영화제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꼬마천재 테이트’(1991), ‘홈 포 더 할리데이’(1995), ‘비버’(2011)에 이어 4번째 영화를 연출한 조디 포스터에게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녀 역시 취재진의 관심에 성실히 답했습니다.
칸=글·사진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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