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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앎의 창조자, 교사는 성장의 도모자 돼야 학교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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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앎의 창조자, 교사는 성장의 도모자 돼야 학교 혁신”

입력
2016.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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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 입구에 있는 게시판 앞에 선 김정안 센터장. 나무 잎사귀 모양의 메모장엔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바람이 담긴 글귀가 적혀 있다. 신재훈 인턴기자 (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 입구에 있는 게시판 앞에 선 김정안 센터장. 나무 잎사귀 모양의 메모장엔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바람이 담긴 글귀가 적혀 있다. 신재훈 인턴기자 (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혁신학교에서 학력이란 ‘배움의 역량’

미래사회 적응력까지 기를 수 있어야

학생 중심 교육 강조하다가 교사 소외

지적 도약 이끄는 전문가 역할 맡아야

혁신학교 촉매로 학교 수업ㆍ평가 변화

학생부 종합전형도 교육정상화에 한몫

문제점 부각보다 성과 살리는 개선을

혁신학교는 배움의 도약을 꿈꾼다. 배움의 도약은 학생들이 즐겁고 재밌게 학교를 다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이 배움을 ‘생산’하는 주체라고 강조한다. 배워야 하는 것을 더 재밌고 즐겁게 배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앎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도약’을 꿈꾸는 학교라는 말이다.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교사로 혁신학교를 주도했고 지금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혁신지원센터에서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혁신을 꿈꾸고 있는 김정안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은 앎을 창조하는 존재

“혁신학교는 나름대로 학습능력을 규정하려고 한다. 흔히 학력이 우리의 미래역량, 핵심역량이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그게 바로 ‘배움의 역량’ ,‘학습의 역량’이라고 본다. 지식을 창조해서 스스로 미래사회를 적응하는 힘까지 기르는 것이다. 미래사회에서 개인은 자주적으로 살아가고, 더불어 살아가고,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고, 사회를 바꿔내기까지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는 삼각산고에서 가르칠 때의 일화를 꺼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담론이 많이 나타난 것을 다룬 교과서 소단원 제목이 ‘전쟁과 사상이 공존하는 시대’이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그 제목이 굉장히 모순적이다, 역설적인 상황인데 평화롭게 공존한 듯이 썼다며 제목을 한 번 바꿔보자고 했다. 한 학생이 ‘병 주고 약 주는 춘추전국시대’라고 제목을 바꿨다. 그게 교과서 필자가 쓴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을 ‘우와’ 하게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모순’에 대한 이해가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습역량이라고 하면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를 잘 이해하는 것, 이것까지만 하면 훌륭한 성공이라고 한다. 협동ㆍ활동 학습으로 재미까지 끌어들이면 대성공이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그 너머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것을 시도한다. 자기의 언어로 한 시대를 규정할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새로운 앎의 생산이다. 소박하지만 자기 언어로 정리함으로써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총체적으로 파악된다. 졸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내가 시도한 것도 그런 것이었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냄으로써 그 동안의 담론에서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앎’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학생은 배우는 존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배우는 것에 대해 말하는 존재다. 말을 통해 앎에 개입하여 새로운 앎을 만들어내는 지식 생산의 협력자들이다.

교사 없는 학교혁신은 불가능

“그런 점에서 교사 역할도 새로 규정돼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이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지도하는 전문가가 교사다. 하도 배움 중심으로 가야 한다, 학생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하는 바람에 교사의 모습이 묻혀 있다. 가르침이 뭔가, 교사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창발성을 얼마나 끌어내는가, 그거야말로 교사의 역량이다. 교사가 얼마나 많이 알고 많이 연결시킬 수 있는지, 접속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혁신학교 담론에서 보강하고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다.”

배움 중심의 교육을 강조한 나머지 교사의 역할을 ‘보조적’인 것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먼저 자신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자가 남을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교원 학습 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지고 연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었다. 창발적 수업이 가능한 정도의 교육과정을 교사들이 미리 배울 수 있도록 교ㆍ사대의 교육과정과 교사 연수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을 성장 중심으로 관찰하고 평가하고 두껍게 서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사 교육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학생 평가 방식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전북 초등학교는 성장 중심 평가제를 올해 전면화했다. 그런 시도가 값지다고 본다. 수업은 많이 다양해졌다. 자는 아이들을 깨울 수 있는 데까지는 갔다. 거기서 얼마만큼 지적인 도약이 이뤄지느냐는 교실의 역량에 달린 거다. 중학교는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도입이 교육과정과 수업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특히 혁신 중학교는 학습력 향상에 있어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연구 결과로 나타난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오지선다형 평가를 피할 수는 없으나 그 비중을 어떻게든 줄이면서 아이들을 배움 중심, 성장 중심으로 평가하고 기록해 그 결과물이 대학 입시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혁신 고등학교는 비진학 학생을 위한 진로 지도까지도 교과 학습과 연결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입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러한 교육과정 혁신, 수업 혁신, 생활지도 혁신의 결과다.”

학생부 전형에 거는 기대

입시와 평가는 혁신학교의 가장 큰 도전이다. 첫 번째로는 혁신학교가 학생들에게 좋은 학교일 수는 있지만 학력을 신장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느냐하는 점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력은 곧 입시 성적이기에 학력에 대해 혁신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재의 입시 성적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모순되는 이중의 압력이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성장에 대한 평가 방식을 혁신학교 방식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전형에 대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오랜 교육의 습속에서 객관적으로 변별력이 있는 문제를 통해 학생들을 일등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학력고사다. 많은 이들이 어쨌든 전두환 정권 시절의 학력고사가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이 교육을 교란시키는 것을 차단하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기회를 준 가장 공정한 평가였다고 회상한다. 더구나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장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두껍게 서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두고 사람들의 의구심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론 어떤지는 모르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차별 받고 피해 받고 있다는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을 한다. 다만 학생부 종합전형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다. 학생들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활동도 하고 수업도 하고 있다. 프로젝트야말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고 학습해 나가는 거다. 아이들이 협력적인 활동을 통해서 태도를 향상시키고 지적으로 성장하는 일이 이뤄지고 있는데 부작용만 부각돼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가진 교육적 성과가 무시되거나 폄훼돼선 안 된다고 본다. 문제점이 있다면 성과를 살리면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번 기회를 디딤돌로 삼아 평가 방식과 학력의 정의에 대해서도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와 관리자,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혁신학교가 미리 보여준 것이 바로 신뢰가 있는 학교의 모습이다.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혁신학교에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 나아가 관리자까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지지와 협력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통해 생존주의 시대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잃어가고 있는 자존감이 회복된다. 교사들은 교직이 단지 밥벌이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존재 의의를, 학생들은 앎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즐겁고 재밌는 교육을 넘어 교육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 되는 것이다. 교사는 교사로서, 학생은 학생으로서, 학부모는 학부모로서 성장하는 기쁨이 있는 공간을 도모하는 곳이 혁신학교라는 뜻이다.

“혁신학교 경험을 통해서 볼 때 학교 구성원의 역량이 최대로 살아나려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업무체계를 간소화하고 교육활동 중심으로 짜는 것, 서로 돕고 존중하며 함께 학습하는 환경 조성,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민주적 제도의 정착이 그것이다. 혁신학교에서 혼자 할 수 없는 많은 어려운 과제들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이 세 가지가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청 지원, 학교의 노력, 사회적 지지 모두가 필요하다.” / 문화학자

●김정안 학교혁신지원센터장은

1953년 충남 출생.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성균관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75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중ㆍ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가르쳤고, 참여정부 시기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정년을 4년 앞둔 2011년 신생 서울형혁신학교인 서울 삼각산고에 부임, 혁신기획부장을 맡아 수업ㆍ교육과정 혁신과 입시에서 두루 성과를 내며 주목 받았다.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에 신설된 학교혁신지원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혁신학교 지원 및 성과 전파, 학교혁신 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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