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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부추기는 정부… 지자체 46.4%가 최저임금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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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부추기는 정부… 지자체 46.4%가 최저임금법 위반

입력
2016.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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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실태 공개… 241곳 중 112곳이 미달 예산 편성

12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정동길 노총 대회의실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 공개를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회견 취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12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정동길 노총 대회의실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 공개를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회견 취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서대문구는 올해 기간제 근로자의 월급을 1인당 109만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월 최저임금인 126만270원에 17만270원 모자라는 액수다. 경남 거제시 행정사무보조원이 올해 매월 받는 돈은 141만1,590원이지만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에 산입(算入)되지 않는 급식ㆍ교통보조비와 가족수당을 빼고 기본급만 계산하면 118만1,590원에 불과하다.

적정한 수준의 임금이 보장되도록 사업주를 단속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저임금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 가까이가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기간제와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올해 임금으로 편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의뢰해 자료가 없는 세종시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1개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세출사업명세서상 비정규직 인건비 편성 내역을 분석했더니 241곳 중 112곳(46.4%)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인건비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책정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을 어긴 지자체 중 광역자치단체는 인천광역시와 충청북도 등 2곳이었고 나머지 110곳은 기초자치단체였다. 총 705건의 법 위반 사례 중 어떤 기준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 ▦지난해 최저임금인 5,580원을 기준으로 예산을 설계한 경우(219건)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최저임금에 넣어서는 안되는 임금을 산입한 경우(202건) ▦주휴수당(유급 휴일에 주는 하루치 임금)을 주지 않은 경우(16건) 순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는 예산상 금액이 아닌 실지급액을 기준으로 임금산정 단위와 소정근로시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만큼 민주노총 주장대로 112개 지자체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실제 상당수 자치단체는 임금 지급 시 예산서상 인건비 편성과 달리 최저임금액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집행 내역을 분석하면 예산서상 수치보다 되레 많아질 공산이 크다는 게 민주노총 측 판단이다. 지난해 경험에 비춰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노총이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4월 지자체 245곳의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72곳(29.4%)이 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는데, 하반기 국회 국정감사 때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실제 집행 내역 기준으로 다시 조사한 결과 위반 지자체가 80곳으로 늘었다.

인건비 편성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는 노총과 정 의원이 공개한 최저임금 위반 지자체 154곳을 전수 조사해, 61개 지자체의 위법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토록 했다고 민주노총에 알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노총이 고발한 72곳보다 올해 40곳이나 적발된 지자체가 늘었고 35곳은 시정하겠다고 해놓고선 재차 법을 위반했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문제점을 반복해 지적하고 고발했는데도 같은 위반이 계속된다는 건 해당 사례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ㆍ상습적인 위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할 지자체가 안 지키는데 민간 사업자가 법을 지키겠냐”며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위법에 대해선 법대로(징역 3년 이하나 2,000만원 이하 벌금)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감사원도 최저임금법 위반

한편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공공기관에 감사원도 포함된다고 민주노총이 이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3월 15일 낸 기간제 근로자(사무보조인력) 채용 공고에서 월 급여 수준을 125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고용부가 고시한 올해 최저임금은 월 126만270원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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