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리들’이라는 발음을 들으면 little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은 Littel 이라는 자기네 성씨(family name)을 연상한다. 한국인이 ‘Mr. Charles Mosher’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말의 ‘잘 모셔’ 같은 모국어 조합을 연상할 뿐 영어의 성씨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귀에 들리는 음(hearing)과 실제 문장의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문화적 배경과 모국어 간섭 영향이 크겠지만 sound차이보다는 문맥에서 그 단서를 찾아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Trump의 발음을 놓고 호주의 언론에서 받아쓴 문장과 미국 언론의 문장이 다른 일이 종종 있다. 지난 2월에 그가 반복하며 강조한 문장 ‘We’re going to win big league, believe me!’를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We’re going to win bigly’로 기록했다. Trump가 말한 것이 ‘big league’냐 ‘bigly’냐의 문제는 문맥을 통해 어느 말이 맞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 미국의 배경을 살펴보자. 미국 메이저 리그에는 American League와 National League 두 개의 league, 30개 팀이 있다. 이를 big league라고 부르며 줄여서 ‘the bigs’라고 말한다.
그런데 같은 영어권인 영국이나 호주에서 이런 배경을 알고 있을까. 먼저 영국의 ‘the Guardian’지가 2014년의 기사에서 Trump의 말을 bigly로 적고 해설까지 덧붙인 사례를 보자. 2014년의 기사에서 ‘The Chinese are taking our jobs and they’re taking them bigly’(중국인들이 우리 일 자리를 큰 규모로 빼앗고 있습니다)로 적으며 트럼프가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고 해설했다. 한편 호주 언론에서도 bigly로 받아쓰고 있다. 호주 사람들에겐 야구가 국민 스포츠도 아니거니와 big league라는 명사 어구가 ‘부사어’로 쓰이는 사례가 거의 없어서 자기네 영어의 전통적 용례에 따라 bigly로 추정했다. 영국 영어권에서는 Trump가 big league라고 말했다고 말해도 영국에서 big league라는 표현 자체가 쓰이지 않아 결국 bigly가 맞다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영어에서 ‘Kim is evolving a big league pitcher’(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발전한다)처럼 말할 때에는 big league가 하나의 형용사구, 부사구로 쓰이는 것이고 이는 big time이 금융이나 방송계에서 ‘중요 시간대의’ ‘크게’ 뜻으로 쓰이던 과거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어 ‘He messed it up big time’ ‘She became a big-time actor’에서 big time은 ‘최고의, 엄청나게’의 형용사, 부사로 쓰였다. 이처럼 야구계의 속어 표현 big league가 과거의 big-time을 대체하면서 유사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청취는 결국 소리보다는 아는 단어만큼만 들린다’는 청취 결론을 확인해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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