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위헌소송 공개변론

한글만 우리 고유 문자로 지정
공문서ㆍ교과서 사용 원칙 놓고
한자병행론 對 한글전용 공방
국어기본법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린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자 사용을 찬성(오른쪽)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동시에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각종 공문서와 교과서에 한글만 쓰도록 규정한 국어기본법은 위헌인가,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12일 개최한 국어기본법 조항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에서는 ‘국민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언어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는 한자병행론자와 ‘한글전용정책이 오히려 국민 평등권을 보장한다’는 정부ㆍ한글전용론자 간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론에선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와 교과서 등에 한글 사용원칙 등을 규정한 국어기본법 조항을 두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변론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등 단체가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국어기본법은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와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2012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변론의 초점은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못박은 국어기본법으로 인해 국민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느냐에 모아졌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수웅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어기본법 조항들은 학교교육과 일상생활에서 한자 사용을 억제하고 한자를 접할 수 없는 사회상황을 만들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저해하고 있다”며 “한자 배제는 국가가 국민의 어문생활에 직접 간섭해 국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언어문화를 형성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전용 정책이 오히려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문체부 측 참고인인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국어기본법에서 한글전용을 규정한 건 한자를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한글을 주로 쓰되, 굳이 불필요한 경우까지 한자를 명기하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병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한글과 대등한 지위를 한자에 부여한다면 한자를 모르는 상당수 국민은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없고 의사소통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전용 정책이 국민의 언어ㆍ사고능력을 저하시키느냐를 두고서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에 배울 학(學), 어버이 친(親) 등 수많은 한자어가 나오지만 학생들은 한 글자도 배우지 못하고 졸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생각’이라는 우리말에 대응하는 한자어가 ‘의중’ ‘착상’ ‘구상’ 등 50여개에 이르는 것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어를 배우고 알아야 다양하고 분석적인 어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혼용할 경우 글자생활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어 공공의 글쓰기에는 한글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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