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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자주 보는 외국인들

입력
2016.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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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외국인들과 마주칠 일이 잦을 줄 알았다면 한창 때 외국어 공부를 좀 해둘 걸 그랬다는 후회가 된다. 쓸 일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 영어 공부에조차 최소한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으니 근시안을 가진 스스로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외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것도 놀랍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를 주고받으며 자기네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는 더욱 놀랍다. 그들 중에는 우리 골목에 방을 얻어 장기 체류하는 가난한 사람도 있다. 미국의 레이 브래드버리는 SF 문학의 입지를 주류문학의 위상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나 당신 못 봐요’라는 그의 단편은 체류기간을 6개월 넘긴 한 멕시코 남자가 경찰에게 체포되어 정들었던 하숙집을 떠날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적인 신뢰가 깊었던 남자와 하숙집 안주인의 이별 장면은 뭉클하고 슬프다. 하숙인이 서툰 영어로 “나 당신 못 봐요”라는 애틋한 말을 여러 번 남기고 떠난 뒤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여자 역시 이별을 슬퍼하며 운다. 나 역시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외국인의 표정이 어두우면, 그가 이곳에서 불쾌한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동족에게는 자제할 수 있는 관심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통제되지 않아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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