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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로봇이 빙그르르… 과학교실에 환호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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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로봇이 빙그르르… 과학교실에 환호성이 터졌다

입력
2016.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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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ㆍ수학ㆍ정보 교사 의기투합

“언젠간 알파고 같은 AI 개발”

일반교실까지 ‘거꾸로 수업’

“와, 움직인다, 움직여!”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오성중. 이 학교 과학실 한쪽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이 학교 2학년 박준범(14)군이 만든 인공지능 청소 로봇이 ‘위잉’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 손바닥 만한 이 청소로봇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360도로 회전하면서 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먼지를 빨아들였다. 2개월간 매주 3시간씩 투자해 이 로봇을 만들었다는 박군은 “머릿 속에서 구상한 대로 설계하고 조립한 로봇이 실제로 작동할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며 “아직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정확한 센서부착 위치를 못찾아 가끔 벽에 부딪히는 일도 있어 개선할 점을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7일 대구 오성중의 방과후 로봇교실에서 박준범(오른쪽)군이 인공지능 진공청소기 로봇을 조립하고 있다. 오성중 제공
지난 달 27일 대구 오성중의 방과후 로봇교실에서 박준범(오른쪽)군이 인공지능 진공청소기 로봇을 조립하고 있다. 오성중 제공

수요일인 이날은 오성중에서 방과후 로봇교실이 운영되는 날이다. 중간고사를 불과 일주일 앞뒀지만 로봇교실 학생 20여 명은 독서실 대신 과학 실험실에 착착 자리했다. 1~3학년들이 섞여있는 로봇교실 학생들은 4개 조로 나눠 앉아 드론 헬기, 인공지능 자동차, 인공지능 청소기 재료를 꺼내 조립에 몰두했다. 1학년 김현(13)군은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인공지능 지프차 로봇을 만들고 싶다”며 “항공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해 첨단 기술을 다루는 일을 하는 게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김연준(14ㆍ2학년)군은 “어렸을 때 배틀로봇, 댄싱로봇을 TV에서 처음 보고 신기해 했는데 이젠 내 손으로 그런 로봇을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언젠간 알파고와 같은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 과학 교실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오성중의 방과후 로봇 교실은 올해로 운영된 지 5년째다.

로봇 교실을 처음으로 구상한 이는 김태희 (54) 과학교사다. 5년 전인 2011년 김 교사는 첨단 과학 기술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학생들이 로봇 이야기에 유독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이를 떠올렸다. “칠판에 외울 것을 적어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으로 요즘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었다.

김 교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수학 교사, 정보 교사와 의기투합해 방과후 로봇교실을 개설했다. 인공지능 센서와 각종 로봇 부품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였다. 김 교사가 방과후 로봇교실의 지도교사를 맡았고, 정보 교사는 로봇을 구동시키는데 필수적인 프로그래밍 수업을, 수학 교사는 알고리즘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나는 로봇 지도서와 부품을 구해주고 아이들이 자기 생각대로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을 할 뿐”이라며 “혼자 힘으로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학생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달 27일 대구 오성중의 정보 수업시간에 1학년 학생들이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봇을 작동시켜보고 있다. 오성중 제공
지난 달 27일 대구 오성중의 정보 수업시간에 1학년 학생들이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봇을 작동시켜보고 있다. 오성중 제공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로봇을 활용해 지식을 익히게 하는 방식은 프로그래밍 수업에도 접목됐다. 같은 날 오후 컴퓨터실에 모여 앉은 학생 30여 명은 정보 과목 교과서 대신 네모난 로봇을 손에 쥐었다. 학생들이 컴퓨터에 깔린 코딩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입력한 뒤 이를 조작하자 로봇이 명령에 따라 앞뒤로 움직였다. 1학년 김재영(13)군은 “조작하고 싶은 대로 코딩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블루투스로 로봇과 컴퓨터를 연동해서 명령을 내리면 로봇을 움직일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원리를 설명했다. 윤상호(43) 정보교사는 “오성중은 10년 전부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필수로 선택해 왔지만 방과후 로봇 교실을 개설한 5년 전부터 학생들이 직접 조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코딩 프로그램을 찾아 체험 위주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일반 수업을 할 때도 수업방식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김태희 교사는 지난 해 시작한 자유학기제 기간을 활용해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거꾸로 수업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선행 학습을 한 뒤 공부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이 직접 토론하고 발표하는 교수법으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의 교수방식과는 반대다. 김 교사의 거꾸로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조별로 나눠 각각 담당할 단원의 자료를 미리 읽어 보고 관련 내용을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등 학생들이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지난 학기 거꾸로 수업에 참여했던 박준범군은 “기체의 부피가 압력에 반비례하고 온도에 정비례한다는 보일과 샤를의 법칙 등 물리 단원이 유독 어렵고 이해가 안 됐다”고 돌아본 뒤 “수업 시간에 그 단원의 발표를 맡아 유투브에서 실험 영상을 찾아보고 다른 학생들에게 원리를 설명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법칙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군은 “노트 필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공부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소개했다.

오성중은 지난해 3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소프트웨어(SW) 교육 연구학교로, 2학기 때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으로부터 SW 교육 로봇 실험 학교로 선정되는 등 혁신적 수업모델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방과후 로봇 교실 학생들이 모두 합심해서 만든 인공지능 센서를 활용한 모형 아파트 ‘스마트홈’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 348개교가 참가한 청소년과학탐구반 발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 교사는 “점차 많은 교사들이 거꾸로 수업뿐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첨단 과학 기술 시대를 살아 갈 학생들에게 꼭 맞는 교육을 고민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맘껏 충족시켜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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