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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영란 2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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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영란 2법

입력
2016.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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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추리작가인 코넌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 가운데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60개 장ㆍ단편에서 ‘입술이 비뚤어진 사나이(The man with Twisted Lips)’ 단 한 편이다. 거지가 된 기자 이야기다. 거지의 삶을 취재하던 기자가 실상을 들여다보니 자기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실을 알고 거지 행세를 하는 일화를 다루고 있다.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한 도일이므로 19세기 말 영국 기자의 생활 수준이 꽤나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을 짐작하게 된다.

▦ 80년 가까이 주식시장을 맴돌았던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99년)는 자녀가 어떤 직업을 택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첫째와 둘째는 음악가와 화가로 키울 것이며 셋째는 기자로 만들겠다. 넷째까지 낳게 된다면 그때는 자신처럼 투자가로 키우겠다. 이유가 걸작이다. 넷째가 형들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 언론의 고상한 가치, 사회적 영향력과 달리 언론인의 생활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고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기자 초년 때 대선배들 얘기를 들으면 1970년대 무렵 월급이 쌀 한 가마니 정도 됐다고 한다. 그 당시 기자 학벌은 지금 이상으로 높았으니 고상한 가치나 사회적 위상 때문에 상대적 저임금 직업을 택했다고나 할까. 천차만별이지만 언론인의 평균 임금수준은 지금도 그리 높지 않다. 복지 등 근로조건, 노후 생활이 여러 직업군과 비교해 하등 나을 게 없다.

▦ 사회적 영향력, 공적 성격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기자를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고 한다. 법이 접착제도 아니고 갖다 붙이면 다 되는지 모르겠다. 법 적용의 형평성을 들자면 빠뜨린 민간의 공적 영역이 어디 한 두 군데인가. 뉴미디어시대의 언론 기능만 해도 포털은 말할 것도 없고, 파워 블로거가 기성 언론의 영향력에 필적한다. 취재 제약과 위축, 법의 악용과 범법자 양산 가능성 등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입법 원리를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민간의 공적 영역만 묶어 부패방지 책임과 의무를 지운 김영란 2법을 만들었다면 그나마 할 말이 적었을 터인데. 뭔가 손해 보는 느낌도 덜할 것이고.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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