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현-고진영/사진=KLPGA 제공.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면 골퍼는 미소를 짓고, 골프단은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터뜨린다. 골퍼보다 더 큰 수익을 얻는 건 골프단이 속한 기업이라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의 입장에선 남자골프보다 여자골프를 후원하는 게 이득이다. 메인 스폰서는 물론 서브 스폰서들 대부분이 남자골퍼보다 여자골퍼를 후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 골프계는 여자골프가 대세다. 국내에선 대회 상금 규모나 선수들의 성적, 인지도에서 여자 쪽이 훨씬 앞선다.
국내 여자 골프단은 크게 대기업 골프단과 금융업계 골프단, 건설ㆍ가구업계 골프단으로 나뉜다. 국내외 투어가 시즌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을 소화한 가운데 골프단들의 마케팅 성적은 엇갈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관련해선 건설ㆍ가구업계 골프단이, 외화는 대기업 골프단과 금융업계 골프단이 주로 벌어들이고 있는 형세다.
올 시즌 KLPGA 성적이 가장 좋은 골프단은 가구전문기업 넵스의 골프단이다. 넵스는 이번 시즌 8개 대회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4승을 수집했다. 박성현(3승)과 고진영(1승)이 넵스 골프단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넵스는 지난해에도 6승을 합작한 둘의 활약으로 커다란 홍보 효과를 누렸다. 넵스는 2009년 가구업계 최초로 골프 마케팅을 시도했다. 넵스 골프단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급 주방가구를 다루고 있는 데 디자인과 고급스러움 측면에서 여성 골퍼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골프 사업에 발을 들인 계기를 설명했다.
최근 골프계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건설사 가운데는 기존 강자였던 요진건설 외에 올해 창단한 문영그룹이 돋보인다. 건설과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문영그룹은 향후 정보통신, 의약, 바이오 분야로의 신규 진출도 모색 중이다. 골프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골프단 창단 당시 박문영 문영그룹 회장은 "올해부터 단독으로 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권위와 전통이 있는 대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골프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문영 골프단은 창단 약 20일 만에 투어 우승자(조정민ㆍ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를 배출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LPGA 투어 마케팅에선 대기업 골프단과 금융업계 골프단이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대기업 골프단은 한화(3승)와 롯데(1승)의 선전으로 4승을 거뒀고, 금융업계 골프단도 BC카드(2승)와 미래에셋(1승), 하나금융그룹(1승)이 4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선수들이 워낙 많고 투자도 적지 않은 수준이어서 '대박'을 쳤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한화 골프단의 경우 모든 선수들의 투어 경비부터 대회장의 이동 피트니스센터 설치 등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골프 마케팅과 관련해 사실상의 승자는 최고의 가성비를 보인 넵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통산 18승 거둔 넵스 골프단은 골프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넵스 골프단 관계자는 "과거엔 양수진, 김자영 등 선수들을 발굴해 후원했다. 인지도 등 홍보 효과는 그때부터 꾸준히 쌓였다. 물론 지난해부터 박성현과 고진영이 맹활약하면서 더 알려지게 된 것은 맞다"며 "건설사 관계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특판가구회사인데 소속 선수들이 우승하면서 영업할 때 더 유리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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