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는 울산시와 울산고용노동지청, 한국노동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12일 오후 2시 울산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울산지역 산업 구조변동과 지속가능한 고용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동차, 조선 등 지역주력산업의 경영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회복을 위해 지속발전 가능한 고용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첫 번째 주제인 ‘독일의 경험을 통해 본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발전 방향’ 발표자로 나선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해외공장들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미국과는 달리 해외투자 확대로 고용이 증가한 독일 자동차 산업을 주목하면서 기업과 함께 작업장 수준의 노조 경영참가,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 간 협력의 조화를 핵심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해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6년째 넘어서는 등 국내 일자리 창출 능력에 위험 신호가 켜진 가운데도 고비용 협상과 연례적 파업 등 고갈등 노사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노사간에 맺은 단협에 의해 국내공장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해외공장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공장들의 중장기 부가가치 생산과 고용 유지 및 창출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이어 조형제 울산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를 토대로 한 상생의 노사관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아울러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및 사회적으로도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인식변화의 노력이 필요함도 지적됐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독일의 경우처럼 근본적으로 해외공장보다 나은 국내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회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노조는 임금보다는 고용 중심의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근 부산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의적 조정’의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에게 일정한 수준의 기능적 유연성을 보장해 주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상만 울산양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정규직의 고임금체계의 고착화, 원하청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등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마련을 지적했다.
아울러 손일진 한국노총 울산본부 부의장은 국내 노사관계는 외국과는 다른 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현대차 노사관계가 지니고 있는 특수성과 그간의 교섭관행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인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발표자인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조선업의 현 위기가 경쟁력의 저하에서 비롯된 상황이 아닌 만큼, 노사가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면 향후 시황 회복 시 주도권을 다시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조선산업은 구조조정 등 뜨거운 이슈인 만큼 이날 토론과 주제발표의 관심이 높았다. 특히 현 위기의 원인으로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개발과 인력양성 등 국내 조선업 전반의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을 간과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기술, 인력의 전략적 투자와 노사대타협을 통한 노사문제해결, 정부지원책 등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조선업계의 하청 노동자의 잦은 이직으로 숙련 형성의 어려움, 높은 불량률 등 품질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기능직 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황진호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장은 국내 조선업 전반의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은 물론 철강, 해운 등 연관산업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인 영남대 교수는 현재 조선산업의 위기는 시장상황적 측면을 감안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유럽식 노사 대타협을 통한 잡쉐어링과 재취업알선 프로그램,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허민영 경성대 교수는 조선업의 고숙련 인적 자원의 유실은 산업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야기하므로 정부차원에서 고용위기 지역 지정과 지자체의 고용기금 조성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상의 전영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역경제가 수출 및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와 제조업 혁신이라는 경제흐름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만큼 노사관계의 안정이 지속 발전가능한 울산경제를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며 “노ㆍ사ㆍ민ㆍ정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협력적 노사관계 실현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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