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근(85ㆍ충북 청주시 상당구)할아버지는 수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반신불수가 됐다.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어 온 종일 누워지내는 날이 허다하다. 그런데 몸이 아픈 것보다 할아버지를 더 아프게 하는 게 있다. 바로 함께 사는 아들(63)에게 적잖은 병원비 부담을 지운 일이다. 아파트 경비원인 아들이 힘든 기색을 보인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는 “병원비만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런 할아버지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외계층에 의료 지원을 하는 휴먼 메디컬 프로젝트에 선정돼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름다운 명의(名醫)’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현대HCN충북방송이 기획했다. 여기에 청주시를 비롯해 ▦청주성모병원 ▦하나병원 ▦한국병원 ▦효성병원 ▦씨엔씨푸른병원 ▦뿌리병원 등 청주시내 6개 병원이 동참했다.
청주시는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추천하고, 치료는 병원 측이 전담한다. 치료 비용은 시와 병원이 분담키로 했다. 의료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민ㆍ관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현대HCN충북방송은 휴먼 다큐멘터리‘아름다운 명의’를 통해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한 사연을 소개한다. 이어 프로젝트에 동참한 의료기관의 진단ㆍ치료 과정과 치료 후 환자가 새출발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시민에게 전할 참이다.
프로그램 첫 회(5월말~6월초 방영 예정)는 신 할아버지의 고단한 삶과 치료로 장애를 이기는 과정이 방송될 예정이다. 신 할아버지의 치료는 재활전문의료기관인 씨엔씨푸른병원이 맡았다. 할아버지는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재활에 성공해 꼭 털고 일어나겠다”며 “다시 붓을 잡을 수 있게 된다면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에 했던 어린이서예교실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대HCN충북방송 노영원 보도제작본부장은 “아프고 지친 이웃의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젝트에 청주의 대표 병원들이 흔쾌히 합류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나눔 문화가 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청주시청에서 열린 ‘아름다운 명의’협약식에는 이승훈 청주시장과 류성택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6개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을 약속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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