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같은 인기 있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처음부터 우승할 재목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부단한 노력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참가자들이 한두 명씩 나타나, 재미를 더해준다. 올해로 과학기술 5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외부에서 본다면 바로 이 다크호스를 떠올리지 않을까.
1966년 국내 최초 과학기술 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출범시킬 당시 연구개발(R&D) 자금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열악한 연구개발 환경에서도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열정과 의지의 힘을 믿고 한국형 원전개발, 세계최초 코드분할다원접속(CDMA)기술 상용화,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등의 눈부신 성과를 창출하며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농업과 경공업 중심 국가에서 중화학 공업을 거쳐 정보기술(IT)강국으로 거듭났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상은 주요 과학기술지표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대한민국은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이고 투자규모는 세계 6위인 605억 달러로 명실상부한 R&D 강국이다. R&D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SCI 논문 건수는 세계 12위(2014년)이며, 미국 일본 유럽에 모두 등록된 특허인 삼극특허와 표준특허 건수는 각각 세계 4위(2013)와 5위(2015)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실적 역시 지속적으로 향상돼 최근 십 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하였고, 기술수출액도 2000년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과학기술 강국의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를 놀라게 할 진정한 과학기술분야의 글로벌 다크호스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해오고 있지만 R&D 투자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과는 R&D 투자 누적규모에서 여전히 큰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R&D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투자 효율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R&D의 성과측면에서 논문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피인용 횟수를 살펴보면 피인용 상위 1% SCI 논문의 피인용 횟수만 기준으로 보면 세계 10권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논문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도 R&D 평가에서 단순한 논문 건수 등 양적 평가를 지양하고 질적인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 논문의 질적 수준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년은 과학기술 진흥에 나선 지 50년(반세기)이 되는 해다.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왔던 과학기술인들이 없었더라면 1950년대 원조를 받던 국가가 지금처럼 선진국과 나란히 경쟁하는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석공이 돌을 깨기 위해서 100번의 망치질이 필요하다고 하면 99번의 망치질로는 돌이 깨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여기서 만족하고 멈출 순 없다.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우리가 직면한 국가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도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를 과학기술인들이 앞장서서 개척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이 꾸는 꿈은 단순히 다크호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고 선도하는 리더여야 한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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