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보고서… 저축이 투자로 이어져 노동생산성 높인 덕
의학 발전에 따른 기대수명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저축률을 늘려 소비를 감소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길게 봐서는 잠재성장률(동원가능한 생산요소 투입을 통해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민간소비가 부진하고 가계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빠르게 증가하는 기대수명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명이 늘어나 퇴직 후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할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실제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77.9%에서 지난해 71.9%로 급락했는데,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77세에서 82세로 증가했다. 노후 기간이 길어져 개인들이 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로 보면 수명 증가로 인해 상승한 저축률이 약 3.5%포인트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늘어난 기대수명과 저축률은 짧게 보면 소비를 줄여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권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저축률이 상승하면 자본이 축적되어 기계ㆍ기구 등에 투자가 많아져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노동공급이 유연하지 않아 은퇴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저축률 상승이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면 이런 장기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권 연구위원은 “저축 증가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려면 규제합리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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