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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정이 내려놓을 수 없는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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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정이 내려놓을 수 없는 단 하나

입력
2016.05.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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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생 50년, 윤여정이 여배우로 버틴 어마어마한 세월이다. 이혼으로 시작된 숱한 루머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때로는 영웅이 되었다가 대중들이 만들어낸 파도를 온몸으로 맞섰다. 거친 풍파를 지나오면서 윤여정은 '삶은 내려놓는 것'이라는 자신만의 공식을 세웠다.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겼지만 한 가지는 꼭 붙들고 싶다고 했다. 윤여정은 "대사를 못 외우게 된다면 현장에 안 나갈 것이다. 책임감일수도 있고 강박일수도 있다"며 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세련된 윤여정이 영화 '계춘할망'을 찍었다니 의외다.

"내가 연기한 계춘은 제주도 해녀 할머니다. 예쁜 역할이 아니라서 너무 좋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올드한 분장을 걱정하더라. 젊은 역이 어렵지 사실 늙는 건 쉽다. 당신도 분장하면 나처럼 금방 늙어 보일 수 있다."

-반지, 팔찌, 가방 등 패션 검색어가 많은데 이번 영화에선 할 기회가 없었겠다.

"방송에 나와서 PPL로 오해하는데 그거 다 내 물건들이다. 반지, 귀걸이 다 돈 주고 산 내 것이다. 여자들이 그런 검색을 많이 하고 나를 아직 여자로 봐주는 것 같다. 남자들은 없어~"

-연기하면서 무슨 생각이 났나.

"증조할머니 생각이 났다. 한 번도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렸다. 50세가 넘어서야 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닫고 애통했다. 영화 찍으면서 문득 증조할머니와의 기억이 나더라. 3대 독자가 낳은 아이가 나였다. 나의 모든 걸 예뻐하셨다."

-현실에선 할머니가 아닌데.

"손자가 없을 뿐이지 내 친구들은 다 할머니다. 연기라는 게 기본 흉내가 아니겠는가. 내 식대로 증조할머니 흉내를 냈다. 또 내가 오래 살았으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연기들이 있지 않을까."

-전에 잘 늙은 할머니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춘이 그런 역할인가.

"당시엔 도시에서 곱게 늙은 할머니를 해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제주도 할머니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늙은 할머니 마음은 다 똑같지. 엄마들은 가르치려고 하는데 할머니들은 그냥 생명 자체를 지켜본다. "

-할머니는 엄마와 또 다른가 보다.

"늙으면 굉장히 영험해진다. 모든 것을 느낌으로 알아채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얼마 전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룸-앵커브리핑'을 보다가 감동받았다. 가족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좋아서 문자도 보냈다."

-가족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뭉클하다.

"영화 보면서도 울었고, 연기하면서도 울컥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말하려니 눈물이 난다. 치매 걸린 사람도 뭐 하나 절대 못 놓는 것이 있다고 하지 않나. 그건 가족인 것 같다."

-촬영장에서 해녀복 때문에 고생하셨다 들었다.

"귓바퀴가 찢어졌다. 별이 번쩍했다. 스태프가 나 도와준다고 해녀복 벗겨주다가 다쳤다. 해녀복을 오래 입고 있으면 숨통이 조인다. 해녀들도 물질할 때 5~10분 잠깐 입고 벗는다. 그런데 가짜가 더 힘들다고 나는 촬영해야 하니까 오래 입어야 했다."

-다른 힘든 점은 없었나.

"노배우라 아주 힘들었다. 스태프가 다 애들이다. 감독이 젊으니까 그에 따라 연출부가 구성된 거다. 창 감독은 아들보다도 어리다. 나는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스태프들은 야단맞고(웃음). 아역연기 지도서부터 모든 걸 했다. 내가 감독한테 엔딩크레디트 고마운 사람들 올릴 때 내 이름 제일 먼저 쓰라고 했다."

-그래도 연륜과 관록으로 힘든 것들을 잘 이겨내셨을 것 같다.

"연륜은 무슨. 그런 것들이 있어서 좋은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촬영장 딱 나가면 '이거 큰일났구나'라는 감이 든다. 그냥 나 혼자 화만 나는 거지 뭐가 좋은가."

-13일 첫 방송되는 tvN '디어마이프렌즈'(디마프)에서는 막내급이시더라.

"제작진은 아마 죽을 노릇일 거다. 촬영장에 누굴 먼저 불러서 찍어야 되나 나이를 세야 하지 않겠나. 하하. 이번 드라마 촬영장엔 비교적 일찍 출근한다. 아래에 고두심이 있고 그 다음 나다."

-올해로 70대가 되셨다.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두렵다. 오래 사는 건 지루할 것 같다. 그런데 또 오래 살다 보니 '디마프'라는 작품도 하게 되고 참 좋다. 늙은이가 세상에 몇 명이나 나오는지."

-인터넷에서 '다같이 처음 사는 인생'이라는 과거 인터뷰가 명언으로 돌고 있다.

"오 그런가. 나도 70대는 또 처음이다. 늙은이들이 주책 떨 때 '저 정도 살았으면 알텐데'하는 말이 참 곤란한 거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갑자기 유준상이 칸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참 좋으시다. 늘 실수를 반성하는 훌륭한 분이다. 그런데 또 실수하신다. 끊임없는 반성을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너무나 웃겼다."

-관객의 입장에서 윤여정은 도전을 거듭하는 배우로 보여진다.

"젊었을 땐 아들 키우느라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야 했다. 60세쯤 되고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그땐 참 젊었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감독, 작가와 차근차근 일하는 중이다. 피부과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사진=콘텐츠 난다긴다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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