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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매조지다’와 ‘매조지하다’

입력
2016.05.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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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는 승부를 다투는 것이다 보니 승리를 결정짓는 선수의 활약은 늘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활약을 언급할 때 주로 등장하는 용어로 ‘매조지다’라는 말이 있다.

“11회 말에는 박민석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졌다.”

“승부를 매조진 덩크슛”

‘매조지다’는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이다. 그리고 ‘매조지’는 그러한 일을 가리키는 명사이다. 이 ‘매조지다’는 ‘매다’와 ‘조지다’(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다)가 결합한 말로 보인다. ‘신→신다, 빗→빗다’처럼 명사 ‘매조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맥이 끊겨 가던 말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 반갑다.

그런데 언론 기사를 보면 ‘매조지하다’라는 말도 적잖이 쓰인다.

“9회 말에는 김광수가 등판해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했다.”

“기업 구조 조정, 내년 대선 전 매조지해야”

하지만 ‘매조지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아직 표준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매조지다’로 고쳐 쓰는 것이 옳다.

다만, ‘매조지(명사)+하다’는 어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처럼 어법에도 맞고 널리 쓰이는 말을 계속 비표준어로 두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비슷한 예로서 ‘삼가다’에 밀려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는 ‘삼가하다’가 있다. 이 말도 매우 널리 쓰이는 데다가,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관계의 말로서 ‘고소다, 고소하다’, ‘비롯다, 비롯하다’가 병존하다가 오늘날 ‘고소하다, 비롯하다’만 살아남아 표준어가 된 예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매조지다, 삼가다’와 더불어 ‘매조지하다, 삼가하다’도 표준어로 인정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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