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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보야 문제는 정보야

입력
2016.05.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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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7차 당대회,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새로운 비전이나 청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핵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당 규약에 명시함으로써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3, 4월 핵탄두의 소형화와 실전 배치 가능성 등 국가 기밀에 속하는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제발 믿어달라고 하고, 미국의 연구기관은 “핵탄두 소형화가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 국방부는 “핵탄두 소형화 능력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에 가까운지 헷갈린다. 최근 일련의 사례를 살펴보자.

#1. 2012.12월 9일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술적인 이유’로 그 달 29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모종의 작업을 하는척하며 천막으로 발사대를 가렸다. 관심을 돌려놓고 3일 후인 12월 12일 발사를 강행하였다. 세계를 상대로 연막을 치면서 한미일 정보당국을 따돌렸다.

#2. 2016.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발표하며 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미 보름 전 4차 핵실험 준비명령을 하달하고 시침을 뗀 것이다. 이를 두고 당국이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희망적 사고 일색으로 분석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3. 2016.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하루 전에 미사일 발사 일정을 수정 통보했으나 동창리 발사장에 미사일 본체가 이동되어 설치되었는지, 연료 주입은 시작되었는지 등은 주로 일본의 언론에 의해 중계되었다. 일본이 관련 첩보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있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우리 군 정보책임자가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전,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1주일 전에 징후 파악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교묘하게 한미 연합정보능력을 무력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성능 영상첩보나 감청을 통한 통신첩보를 오히려 역이용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기존 방식으로는 한 달 전, 일 주 전에 탐지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방식이 아니면 뒷북만 치게 될 것이다. 조기 경보와 징후를 분석하는 틀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정보전에도 똑같은 방법으로는 다시 승리하지 못한다는 전승불복(戰勝不復)의 원칙은 여전히 유용하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한ㆍ미군의 첨단 정보자산이 한반도 상공에서 영상?통신첩보를 수집하고 있고, 2018년이면 고고도무인정찰기(Global Hawk)도 도입된다. 든든하기 그지없지만 첨단 정보장비도 기계적 한계가 있다. 지하 갱도나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북한 지도부의 폐쇄적이고 내밀한 의사결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수준의 인간정보(HUMINT)가 업그레이드되며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공내전 당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장제스(蔣介石) 군의 군사작전 진행사항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었다. 중공의 핵심부는 장제스의 결제문서와 심지어 식탁 메뉴까지 그 날 저녁이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기밀을 담당하는 정보참모나 집무실의 비서가 공산당 첩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첩자 한 사람이 10개 사단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흔히 장제스 군이 패한 원인으로 부패와 무능을 들고 있지만 사실은 정보전에서 이미 승패가 나 있었던 것이다. 손자병법 마지막 13편은 ‘용간(用間)’편이다. 싸움을 할 때 마다 이기는 이유를 적의 동정을 먼저 알고 있었다는 이른바 선지(先知)를 강조하고 있다. 핵심정보는 여러 가지 정보 출처 중 반드시 인간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정보 수집을 위해 정보비(費)를 아끼지 말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손자는 국가 존망과 국민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돈을 아낀다면 군주의 자격도 장수의 자격도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2,500여년 전 손자가 지금 우리에게 선지(先知)를 위한 인간정보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되묻고 있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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