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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

입력
2016.05.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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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니, 엄마아빠들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쉬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3박 4일 동안 아이들과 뭐하고 놀아줄 것인지 고민이 앞선다. 교통체증이 예상되니 아이들 데리고 멀리 가기는 부담스럽다. 우연히 아들과 가장 친한 동네 친구 엄마와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린이날에 뭐 하세요?” “아니요, 저희도 별 계획이 없네요.” “음, 같이 놀러 갈까요?”

이리하여 두 가족이 함께 근처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친구와 놀러 가게 된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나서, 새벽까지도 쉬지 않고 놀고 같이 잠이 들었다가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서 함께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같이 잘 노는 아이들 덕분에 엄마 아빠들도 육아에서 해방되어 잠시 여유를 즐기게 된 것은 더 좋다.

이제 유치원에 입학한 딸도,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도,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아지는 나이다. 남매끼리 가끔은 잘 놀지만, 성별도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보니 각자의 친구와 노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아들은 친구와 노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하고, 딸은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나타나면 데려갈까 봐 엄마 손도 잡지 않는다. 아이들 친구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한 동네에 몇 년째 살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동네 태권도 도장에서 아이 친구들과 그 엄마아빠들을 만나고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한두 번 경험해보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 때 엄마아빠가 얼마나 편해지는지를 알게 된다. 동네 엄마아빠들 사이에 얼마 전부터 자연스럽게 육아품앗이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우리 집에 아이들을 초대할게요.” “아이고 감사해요. 다음 주에는 저희 집으로 오세요.”

예전에는 같은 아파트에서 십 년을 살아도 이웃과 인사할 일도 만날 일도 거의 없었는데, 육아품앗이의 맛을 알게 되면서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아침마다 딸을 아파트 입구에서 유치원 버스에 태워주는데, 같은 곳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등 여러 종류의 버스를 태우는 열명쯤 되는 동네 엄마아빠들을 만나고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게 된다. 이제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편안하게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동네 사람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이웃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일도 서투르고 부담스러워 집들이 같은 것도 안 했는데, 이제는 적당히 간식도 사오고 떡볶이도 만들어주며 아이 친구들을 대접하기도 한다. 스스럼없이 사람들을 초대하고 불러 모으는 동네 엄마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노동을 함께 하는 동네 엄마들과는 동지 의식이 생겨 가까워졌다. 나이 먹어서 사람 사귀는 일이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엄마 노릇을 하다 보니 생각지 않은 새로운 친구들도 생긴다. 아이 덕분에 엄마도 달라지는구나 싶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른다. 예전처럼 골목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필요하고, 쉽게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마을 친구들은 너무 소중하다. 집에만 아이들을 가두어둘 수 없는 이상, 온 마을이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소중한 마음으로 대하고 어울리는 곳에서 모두의 아이들이 함께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을친구들 덕분에 엄마아빠도 마을친구들이 생기고, 이웃을 알아가게 되었다. 삭막해 보이는 도시 한 복판에서도 이렇게 마을이 생겨난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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