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폭행해 사망케 한 집주인 유죄 확정

머리 장시간 때려 식물인간

대법원 “정당방위 인정 안돼”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에게 폭력을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방어를 넘어선 공격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해치사)로 기소된 최모(22)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 3월8일 오전3시쯤 술을 마시고 귀가한 최씨는 집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도둑 김모(당시 55세)씨를 발견한 후 빨래 건조대 및 차고 있던 허리띠 등을 이용해 수 차례 폭행해 김씨를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의식불명 상태였던 김씨는 같은 해 12월25일 오전4시쯤 강원도 원주시의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그러자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최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최씨는 절도범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아무 저항 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김씨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최씨의 폭행이 방어수준을 넘어선 공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사건 발단은 절도를 하려던 김씨에게 있고 ▦우발적이었으며 ▦어려운 형편에도 최씨가 유족들을 위해 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이유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도둑 때려 뇌사시킨 집주인, 여러분이 판사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