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아이디를 돌려 사용해가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속인 뒤 돈만 받아 챙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물품 거래 사기를 저지른 혐의(사기)로 김모(33)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중고거래 사이트에 물건을 싸게 판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리거나, 피해자들이 작성한 구매 글을 보고 ‘돈을 보내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한 뒤 돈만 받아 챙기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49차례에 걸쳐 1,74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판매한다고 속인 물품은 자동차 관련 부품, 골프채, 카메라 렌즈, 희귀동전 등 다양했다. 대여가 가능한 카메라 렌즈의 경우 돈을 내고 빌린 뒤 직접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렸고 직접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은 인터넷 서핑으로 사진을 다운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전송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의 신고로 포털사이트 아이디가 정지될 때를 대비해 아이디 30개를 구매해 번갈아 가며 판매 글을 올렸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했고,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강원, 충북 등 전국을 돌며 입금한 돈을 찾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의 범행은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이 인터넷 프로토콜(IP)주소 등을 실시간 추적한 끝에 지난 4일 서대문구의 한 PC방에서 그를 검거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동종전과 8범인 김씨는 같은 범행으로 두 차례 구속된 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 1년3개월의 형을 마치고 출소해 2개월 만에 또 범행에 손을 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거 당시 중고거래 사기로 이미 3건의 수배가 내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가로챈 돈을 생활비 등에 모두 탕진했다고 진술했다”며 “통장 거래 내역을 분석해 여죄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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