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을 여러 차례 만나 조언을 들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남 전 장관과 두 사람의 식사 자리에 함께 자리한 더민주 이목희ㆍ은수미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남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주로 경제ㆍ노동을 주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는 남 전 장관이 갖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견해에 대해 “저와 생각이 많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장관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잘하고 계신다”고 덕담을 했다고 한다.
남 전 장관은 민주공화당 소속으로 10대 국회부터 4선 의원을 지내고 11, 12,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해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해에는 더민주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내 진보성향 초ㆍ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 초청으로 ‘2017년 정권교체와 미래 진보의 길찾기’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에는 보수세력의 힘이 빠지게 돼 있다. 다음 대선은 야당에 굉장히 유리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야당에 돌발행동, 괜스레 돌발적 주창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을 피해야 한다. 국민을 놀래 키면 안 된다”며 쓴 소리를 했다. 그러곤 “당이 지도자를 아껴주고 존경하고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도 말했는데, 당시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남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의 ‘경제정당론’에 대해선 “(새로운 것보다)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발표한 내용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으로까지 정치 보폭을 넓히기 위해 남 전 장관을 만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 전 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서 “문 전 대표가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도 “한 달에 한 번까지는 아니지만, 원래 자주 만나는 사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조만간 문 전 대표가 해외로 출국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당장은 그런 계획이 없다”면서도 “주변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한 번 다녀오셔야 한다 등의 얘기들은 종종 나온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출국한다면 그 시기는 더민주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전당대회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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