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회 보고... 피해자 가족들 분노

자료 미비로 질타받은 윤성규 장관
사과 의향 묻자 “책임 통감”만 되풀이
태아 피해사례 “당연히 조사” 주장에
피해자 가족 “접수 거부했잖아” 고함
정부는 시종일관 둘러대기에 급급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11일 국회에서 환노위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현안보고 하는 동안 방청석의 피해자 가족 안성우씨가 지켜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정부는 사과할 의향이 없습니까?”

“당시 법제가 미비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과는 안 하십니까?”

“제가 지금 말씀 올린 게 그런 뜻인데….”

11일 오후 3시 가습기살균제 현안보고가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 간에 설전이 오갔다.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장 의원의 요구에 윤 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이 그 말’이라고 피해갔다. 이날 보고는 19대 국회 환노위 마지막 일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 긴 한숨이 새나왔다.

환경부는 이날 회의 처음부터 불성실한 자료 제공과 답변으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많은 자료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여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이 국회 마지막이니까 하루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윤 장관을 몰아세웠다. 윤 장관이 “요청 자료가 무엇인지 지금 들었다”고 하자, 우 의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각료 중 한명인 윤 장관의 안이한 자세를 보여준 대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장관은 도대체 뭐 했냐, 환자들은 만나러 다니셨냐”고 질문하자 윤 장관은 “왜 제가 (피해 환자들을) 만나야 되느냐, 의사가 만나고….”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심 대표는 “사과로 끝날 일도 아니고 환경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 등을 포함해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안성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팔짱을 끼고 있던 여당도 이날만큼은 정부를 비판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선진국도 많이 쓰는데 왜 우리만 피해가 발생했냐”며 정부의 관리 부실을 질타하고 “피해 사례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아무런 관심 없이 잊고 있다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언론 보도가 집중되니까 의원들이 마치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말한다. 부끄럽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그간 예산 문제를 들어 피해자 구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야당 간사인 이인영 더민주 의원은 ”진작에 다뤘지만 당시 정부여당에서 책임 있는 분들이 반대하면서 법적 체제 정비와 대처 방안 논의가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과 피해자들이 자리한 방청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태아에 대한 피해사례를 거론하며 조사확대를 요구한 장 의원에게 윤 장관이 “당연히 피해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자 방청석에서는 “(피해조사) 접수를 거부했잖아”라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잃은 안성우(38)씨였다. 방호원 제지로 큰 소란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벌개진 눈을 아래로 떨구곤 했다.

이날 현안보고는 피해구제 대책을 언급한 당정협의에 이어 열리면서 피해구제 특별법 마련 등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계류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법안 4건도 이달 말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민주 소속 김영주 환노위원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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