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7차 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동북아 주변국이 고도의 주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명문화하는 동시에 핵 비확산과 핵의 선제 불사용의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는 이중 행태를 보인 때문이다.
표면적인 양상은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 북핵을 용인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대립하는 치킨게임 구도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ㆍ경제 병진을 항구적 노선으로 틀어쥐고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비핵화 협상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이는 대화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으로선 국제사회의 제재를 더욱 강화해 북한 내부의 동요가 일어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해 5차 핵실험이나 추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설 경우 대립의 강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동북아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당장 비핵화에 치중하기 보다 일종의 ‘징검다리’ 협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크다. 핵 동결이나 핵ㆍ미사일 시험 유예 등을 매개로 협상의 물꼬를 트자는 것으로, 특히 중국이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나서 6자 회담 재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이 당 대회 전 5차 핵실험을 보류하고 비확산 등의 유화 메시지를 띄웠고,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에 축전을 보낸 것이 그 실마리라는 해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6월 들어서 중국 주도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다자 협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며 “수십 년 묵은 비핵화 문제를 단숨에 풀기 어렵기 때문에 핵 동결에 대한 보상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 없이는 협상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해 실제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다만 대화 재개의 조건과 성격을 두고 중국과 한미간 미묘한 줄다리기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북핵 책임론을 두고 ‘대화를 거부하는 한미’ 대 ‘제재에 소홀한 중국’ 이라는 신경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성사시키면 북핵 대응 공조에 분열이 발생하게 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미중이 동북아 전체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북핵 문제의 수 싸움을 벌일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단순히 제재 압박만 외치다가 북핵 문제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