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속 경제난 출구 없어
“새 사령탑 박봉주 독배 마신 격”
노동력 강제 동원 등 민심 동요에도
“만리마 속도전” 또 주민들 다그쳐
대외관계서 돌파구 찾으려
특사 방중, 남북 대화 제의 가능성

“잔치는 끝났고, 청구서 정산만 남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정은 대관식’으로 채워진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지켜본 정부 당국자의 관전평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허울뿐인 자신의 새 직책과 ‘핵 보유국’ 지위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 이외에 어떠한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 앞에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출구 없는 경제난, 당 대회 후유증으로 인한 민심 동요, 외교적 고립 등의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사령탑’으로 발탁한 박봉주 내각총리는 개혁개방조치인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7ㆍ1조치)를 고안해 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북한 경제 체질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002년에 발표된 7ㆍ1조치는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 확대, 개인 영농제 실시, 장마당의 공식화 등 시장경제적 요소를 담고 있어 북한 경제 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졌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1일 “박봉주가 7ㆍ1조치에 이은 개혁 작품을 만들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경제분야 사업총화에서 경영 자율성 확대 및 인센티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실시와 농촌세대들의 개인 축산 발전, 경제개발구 활성화 등을 독려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로 인해 투자 유치 등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도 성과를 낼 수 없는 경제구조 때문에 경제 총알받이를 내세워 왔다” 며 “박봉주도 독배를 마신 것이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당 대회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도 난제다. 이날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대표적 성과로 내세운 양강도의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댐 벽면 일부가 붕괴된 모습이 확인된다. 당 대회 전 완공을 서두르다 부실공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무리한 노동력 동원과 각종 상납 강요에 따른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달성을 위해 ‘70일 전투’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형태의 속도전으로 주민들을 거세게 다그치고 있다.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만리마속도 창조의 불길 높이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향하여 총공격 앞으로”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한 게 단적인 예다. 탈북자 출신 박사인 최경희 한양대 연구위원은 “이제는 농촌전투다.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달성을 위한 전(全) 국가적인 전투의 연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간부 숙청 등 공포정치를 휘두를 개연성도 높다.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세도 종파분자, 비리 등을 강조했는데, 이를 물갈이 명분으로 삼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외관계 개선으로 국정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특히 중국통인 최룡해 정무국 부위원장이 당 서열 2인자로 부상하면서, 중국 특사로 방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남북 군사회담을 공식 제의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핵 보유국을 천명했으니, 다음 스텝을 선보일 것이다”며 “평화협정 제의 등 각국에 보내는 대외 입장을 내며 애드벌룬을 띄우거나, 곧바로 구체적인 대화 제스처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과시하고 협박하기 위한 강압적 설명회 자리로 마무리 되지 않겠냐”며 “특사 방중 이벤트가 이뤄지더라도 빈손으로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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