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유의 깐깐함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위해
재무구조 탄탄한 기업만 선정
채용 지원금에 비용도 전액 부담
구직자들에겐 사전 교육 진행
6년간 1만2000개 업체 참가해
취업 성공한 구직자 6000여명
올해는 부산서 개최 수만명 몰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30대 중반 송명석씨에게 작년까지만 해도 양질의 일자리란 사치에 불과했다.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송씨는 졸업 후 4년여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소규모 콜센터 업체에 취업했지만 낮은 급여와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회사 문화에 환멸을 느껴야 했다. 그러던 송씨는 지난해 ‘KB굿잡 취업박람회’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자랑하는 SK텔레콤 자회사 ㈜서비스에이스로 이직에 성공했다. 이 회사 정규직 상담 매니저로 일하는 송씨는 11일 “급여가 전 직장에 비해 월 30만~40만원 가량 올랐고, 무엇보다 직원 교육체계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10%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청년실업률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괴롭고, 건실한 중소ㆍ중견기업은 일손이 부족해 허덕인다. 은행업 특성상 탄탄한 재무구조와 비전을 갖춘 중소ㆍ중견기업들의 일손 부족을 누구보다 잘 아는 KB국민은행은 이런 점에 착안, 거래 기업과 청년을 이어줄 매개 역할에 직접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이 2011년부터 시작한 KB굿잡 취업박람회는 매년 상ㆍ하반기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데 올해가 11회째다. 지금까지 KB굿잡에 참가한 기업은 1만2,000여개, 제공된 일자리 정보는 5만1,000여개이며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만 6,000여명에 달한다.
KB굿잡이 국내 최대의 취업박람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은행 특유의 깐깐함에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박람회에 아무 기업이나 받지 않는다. 대출을 해줘도 될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 우량 기업만 선정해 참석시킨다. 그리고 박람회에 참석한 기업은 확실히 밀어준다. 1명을 채용할 때마다 100만원씩(기업당 최대 5명) 채용 지원금을 지급하고 행사 부대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일자리 연결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박람회에 앞서 구직자를 상대로 ‘취업아카데미→온라인 취업학교→채용설명회’로 이어지는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KB굿잡이 내실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11~12일 이틀 간 부산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KB굿잡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최지역이 서울이 아닌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11일 하루에만 1만5,000명(오후 3시 기준)의 구직자가 몰려 ▦대기업협력사관 ▦KB굿잡우수기업관 ▦중ㆍ장년채용존 ▦원격지 소재 기업 화상면접관 ▦부산시 추천 채용관 등으로 구성된 채용관에서 구직 활동에 나섰다. 구직자에게 필요한 직무능력적성검사(JAT-P)와 이력서ㆍ면접 컨설팅, 이력서 사진촬영 행사도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는 오스템임플란트, 한샘, 다이소아성산업, 동성모터스 등 국민은행이 검증한 220여개 우량 중견ㆍ중소기업이 참가했으며 이번 행사로 1,200여명이 일자리를 구할 것으로 국민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번 박람회가 청년구직자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기업에는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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