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 ‘~틱하다’는 말이 흔하다. 유아틱한, 사이버틱한, 재즈틱한, 마초틱한, 싸이코틱한, 그리고 ‘남자틱한’이라는 말도 쓰인다. 우리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국적 불명의 형용사형 접미사가 남용 오용되는 사례다. 그렇다면 이런 어감을 대변하는 영어 어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위에서 소개한 우리말의 변형은 영어의 형용사형 접미사 -tic을 무작위로 본 따서 쓴 것이다. -tic으로 끝나는 영어 단어로는 domestic, realistic, acoustic, sadistic, optimistic, legalistic, logistic, idealistic, holistic, fantastic 등이 있는데 모두 마지막에 -stic이 붙은 형용사다. 추정컨대 이 접미사 부분을 우리말에 덧붙여 ‘아동틱한’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도 접미사 부분을 모두 활용한 것이 아니라 -stic중에서 tic부분만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러한 용례로는 별도의 표현 ‘vibe’가 따로 있다. 이미 잡지 이름이나 밴드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고 GM자동차의 브랜드 Pontiac Vibe도 있었다. 음악에서는 ‘the voice and soul of urban music and culture’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울림’과 ‘떨림’ ‘설렘’을 주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vibe는 본래 vibration을 줄여 그 의미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뭔가에 영향을 받는 느낌이나 감성을 말한다. ‘What a VIBtastic idea!’라고 말하면 ‘얼마나 멋진 생각입니까.’의 뜻이고 ‘Great VIBE!’는 ‘Great Idea’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런 경우 ‘vibe=feelings, sentiments’임을 알 수 있다.
구어체 사전의 뜻인 ‘a sense or feeling about a person, place or thing’보다 실제 용례를 보면 실용성이 많다. ‘I'm getting a bad vibe off him’에서처럼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느낌’ ‘감성’의 뜻임을 알 수 있다. 요리에서 사용하는 ‘식감’이라는 표현도 ‘I get good vibes from this food.’처럼 쓸 수 있고 평범한 말 ‘good taste’보다 리얼하게 들린다. ‘Korean vibes’라고 하면 한국인한테서 느끼는 정서나 감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류(Korean Wave)와 뗄 수 없는 표현이 될 것이다. 의상이나 디자인 혹은 느낌이 ‘일본스럽다’고 한다면 이는 Japanese vibes가 된다. ‘상업적 느낌이 난다’(It has a commercial vibe.) ‘여긴 왠지 느낌이 좋다’(This place has a nice vibe to it.) ‘저 사람은 왠지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That guy gives off bad vibes.)처럼 활용 가능하다. ‘There is a nostalgic vibe to this classic coat.’의 경우 클래식 느낌의 원천을 from it, to it처럼 표현하면 된다. 요즘 젊은 층이 즐겨 쓰는 ‘느낌’ ‘분위기’ ‘정서’ ‘감각’의 뜻으로서 vibes보다 적합한 말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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