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기념식에서 제창하고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9년부터 8년째 되풀이 되는 논란이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5ㆍ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11일 국회의원 당선인 등 정치권 인사와 광주시, 시의회, 시교육청, 종교계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의 5ㆍ18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광주공동체는 현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36주년 기념식이 차분하게 치러지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은 이 노래가 완연히 빛을 발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5ㆍ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적으로 제창돼 왔는데도, 지금에 와서 정부가 제창을 금지하는 건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태”라며 “정부는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당당하게 제창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5ㆍ18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제창 여부를 포함한 기념식 식순 발표를 행사 이틀전인 16일 확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두고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3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단 회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광주ㆍ전남 의원들에게 대통령을 설득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노래가 우리사회의 또 다른 갈등과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보수단체 입장에서 보면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불편한 노래일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이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위 관계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으로 최근 3년간 기념식이 반쪽행사로 치러졌다”며 “의도와 달리 5ㆍ18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더욱 논란만 키울 수 있어 올해는 별도의 기념식을 열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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