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공감하나 방법론 잘못
농가 입장 하나도 반영 안 돼
수정 않으면 축산농 상경투쟁”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이 다 탈 수도 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11일 “정부가 밝힌 ‘김영란법’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우리나라의 한우 축산 농가는 모조리 사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것은 사실상 국내 축산 농가에 대한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김영란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론은 국내 축산 농가를 파탄으로 내몰 것이란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특히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축산 농가의 붕괴뿐 아니라 열악한 소상공인들까지 연쇄 파산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축산 농가가 무너지면 사료 부문이나 육가공 산업은 물론이고 음식업 등을 비롯한 전후방 산업도 위기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 소상공인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도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은 4조1,500여억원(5% 안팎)이나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김 회장은 관계 당국과의 불통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국민권익위원회에 열악한 국내 축산 농가의 현실을 전했고 청와대에도 우리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시행령에 제대로 반영된 건 하나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정부가 그 동안 축산 농가와 나눈 대화 등은 모두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국내 전체 축산 농가의 생존 문제가 걸린 만큼 집단 행동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40일간의 입법 예고 기간 동안 김영란법 시행령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엔 실력 행사에 들어가겠다는 게 협회측의 내부 방침이다. 김 회장은 “김영란법에 유탄을 맞아 쓰러질 사람들이 널려 있다”며 “음식업중앙회와 화웨농가, 소상공인연합회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과 힘을 합쳐 김영란법 저지를 위한 상경 투쟁과 길거리 연대 집회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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