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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日 역사책임 흐리지는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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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日 역사책임 흐리지는 말아야

입력
2016.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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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원폭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祈念ㆍ기원)공원을 방문한다고 양국 정부가 밝혔다.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본에 핵무기를 투하한 미국의 현직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2차대전 종전 71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에 들를 계획이다.

미국 언론의 평가대로 이번 방문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이다. 취임 이후 줄곧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의 상징인 히로시마에서 자신의 반핵 유산을 완수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부채처럼 떠안고 있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역사적ㆍ인도적 성찰을 시도한다는 뜻도 있다. 미국 정부는 원폭투하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지만, 이번 방문이 2차 대전과 원폭투하의 책임론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각성의 의미에서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 나라를 강탈당하고, 원폭으로 4만명 이상의 조선인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은 우리로서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자칫 일본의 전쟁책임을 흐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정부는 오바마 의 히로시마 방문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도 원폭투하를 초래한 전쟁 책임에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오히려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등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회귀하고 있는 게 일본의 현재 모습이다. 원폭 피해국이란 측면만을 부각시켜 전쟁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미국도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미일 간 안보 밀착을 공고화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깔렸다는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 언론이 예고한 아베 총리의 올해 말 진주만 방문 가능성까지 합쳐 역사화해 색채가 짙지만, 기본배경은 역시 안보밀착 움직임이다.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희생자를 위한 묵념에 그칠 게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미국이 보다 현실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로는 진정성을 보이기 어렵다.

아울러 일본의 전쟁으로 참화를 겪은 한중 양국 등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기념공원 한 켠에 마련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는 것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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