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ㆍ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11일 성명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합의를 했던 정부가 이제는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도 아니라고 못박은 돈을 들고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있다”며 “재단 설립은 역사 정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협은 이어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뜻을 모두 이해하고 충실히 이행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만큼 이들의 명예와 인권회복, 진실규명을 위해 시민의 힘으로 추진 중인 ‘일본군 위안부 정의와 기억재단’ 설립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3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도 위안부 재단 설립 계획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묘희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사회선교위원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 반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귀를 막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정부는 국내외 비판에는 침묵하면서 국가 간 약속이라는 미명 하에 한일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도 “재단 설립 강행은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 할머니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합의인 만큼 재단 설립도 무효화해야 한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이치수 한국국정연구원장은 역시 “단돈 100억을 들여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과거사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과 국민 여론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외교부는 상반기 재단 설립을 목표로 이달 중 재단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10일 밝혔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위안부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재단 설립을 준비해 왔지만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합의에 대한 반발 여론,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철거 문제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성급한 발언 등이 터지면서 논란이 이어져왔다.
외교부가 시기를 공개적으로 못박은 만큼 재단 설립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의 반발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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