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보려는 순간 “조교 주제에 감히…”
‘기분 나쁘다’며 세 차례 얼굴에 뿌려
실험실 문제로 조교의 지도교수와 갈등이 발단
대학 측, 진상조사 뒤 징계 방침 밝혀

국립대 여교수가 술자리에서 조교 얼굴에 수차례 맥주를 퍼부어 말썽이 일고 있다. 피해를 입은 조교는 해당 교수를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11일 순천대에 따르면 고분자공학과 장모(49·여) 교수는 지난달 19일 밤 10시쯤 학과장, 동료교수, 대학원생 등과 함께 식사를 마친 후 가진 2차 술자리에서 조교 A(29)씨의 행실을 문제 삼아 조교 얼굴을 향해 컵에 든 맥주를 세 차례 뿌렸다.
A조교는 고소장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보려는 순간 장 교수가 ‘조교 주제에 감히 교수 앞에서 휴대폰을 보냐’며 휴대폰을 빼앗고 탁자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맥주를 수 차례 뿌렸다”고 주장했다.
A조교는 “‘교수님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장 교수가 ‘꼴도 보기 싫다. 주제도 모르는 놈’이라면서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 앞에서 심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줬다”고 말했다. A조교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정도지만 사과 한 번 받지 못했다”며 장 교수를 지난 4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했다.
당시 A조교와 그의 지도교수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에 자신과 관련된 욕설이 언급되자 장 교수가 분개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사건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난 26일 같은 학과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A조교가 지도교수인 나모 교수에게 ‘(술자리에) 장 교수님 오셨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자 나 교수가 ‘미친년 얼굴보기 싫다’라는 답신 내용을 보고 모욕감이 들었다”며 “그동안 나 교수로부터 더 심한 문자를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학과를 위해 고통을 참았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장 교수와 수년 전부터 실험실 분리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임용된 장 교수는 임용 후에도 10여 년 동안 스승이었던 나 교수의 실험실을 함께 사용해오다 2014년 실험실을 분리했다.
장 교수는 “맥주를 뿌려 조교한테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조교에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순천대 측은 사건 당사자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인 뒤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할 방침이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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