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2일부터 17일까지 개인 방송 플랫폼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선다.
최근 개인 방송 콘텐츠에 대한 선정성 및 폭력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주요 사업자들과 방통위가 자정 작용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개인 방송이 정보 전달을 넘어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음란·폭력·도박, 막장 개인 방송 계속
지난 몇 년간 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개인 방송 플랫폼 시장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다음tv팟을 이용해 생방송 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각계 유명인사를 방송 진행자로 내세우며 흥행 가속도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방송 진행자를 뜻하는 용어인 BJ(Broadcasting Jockey)도 대명사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과열 경쟁에 돌입하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개인 방송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개인 방송 플랫폼 유명 BJ들이 성 상납 의혹과 장애인 비하 등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관련 방송 영상 캡쳐, 그래픽=채성오기자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아프리카TV의 인기 BJ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성상납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아프리카 BJ A씨는 '베스트BJ' 등급을 얻기 위해 본인이 알고 있는 여성들을 제 3자에게 상납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TV 내에서 베스트BJ는 별풍선(서비스 재화), 채팅 우선 기능(얼림 상태에서도 채팅 가능)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고 A씨는 설명했지만 현재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사안이다.
논란으로만 끝난 사건이 있는가 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도 있었다.
같은 해 11월 서울 강남구에서는 K씨(21·남)와 L씨(25·남)가 미성년자인 B양(18·여)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찍어 팝콘TV로 내보내 검찰에 기소됐다.
이들은 유료 아이템을 전송한 회원 380여명만 볼 수 있는 방송을 통해 약 20여분간 700만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고 B양에게는 출연을 댓가로 약 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K씨와 L씨는 직전에도 인터뷰를 빌미로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과 신체 부위를 허락없이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일에는 아우디 승용차 뒤에 바짝 붙어 난폭 운전을 일삼는 개인 방송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방송을 한 사람은 아프리카TV의 BJ B씨(30·남)로 사전에 레이싱 방송을 계획하고 지인에게 자신을 뒤쫓아오며 찍게 했다. 현장에서 아우디 차량을 타깃으로 삼은 B씨는 지그재그로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한 운전을 향해 상대를 도발했을 뿐 아니라 급격한 진로 변경을 통해 위험한 도발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보기 힘들 정도로 무리하게 진행하는 먹방(먹는 방송), 사설 토토 관련 홈페이지 홍보, 욕설, 장애인 비하 발언 등 다양한 방송들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 말 뿐인 자정작용…규제로 이어질까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자율규제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BJ들의 기행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것. 최근에는 마약, 아동 학대 등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방송까지 여과없이 방영돼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앞서 지난 3월말 방통위는 아프리카TV, 팝콘TV, 다음tv팟, 판도라TV 등 4개 플랫폼 사업자와 협의회를 구성해 자율 규제안을 마련했다. 악성 BJ에 대한 사업자는 서비스를 즉각 중단 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고 향후 BJ 사전 교육 의무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의회를 통한 자율 규제안 마련 이후에도 도를 넘은 막장 방송들은 여전히 전파를 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자들이 오히려 논란을 빚었던 인기 BJ들을 복귀시켜 자사의 수익원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아프리카TV는 2013년 '8·15 특사'라는 테마를 통해 영구 정지된 BJ 약 50여명을 이른바 '사면'했다. 방송 자격이 정지된 BJ들의 경우 별풍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익원인데다 현행법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이 없다는 점도 아프리카TV가 강력히 나서지 않는 이유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본지가 단독으로 보도한 유명 BJ 욕설 방송 사태 당시 올 1분기 내 BJ 관련 소양 교육을 실시하겠다던 아프리카TV는 오히려 서수길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PD수첩 XX놈들이 뭐라든 X까"라며 심의규정 준수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눈총을 샀다. 이는 MBC 시사 예능프로그램 PD수첩에서 지난달 12일 '빗나간 욕망-1인 인터넷방송의 늪'이라는 주제가 전파를 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수길 대표는 사내 행사에서 술을 마시고 이러한 발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가 e스포츠 구단 '아프리카 프릭스' 창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채성오기자
현재 IT 업계 일부와 시민단체에서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 개인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대신 시청자 모니터링 등 외부의 감시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가 많은 개인 방송 플랫폼은 PC·모바일간 연동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청소년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상황. 문제는 무분별한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라며 "방통위는 실태조사를 통해 자율 규제안 이행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자를 징계하고 개인 방송 생태계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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