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이규남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달 말 사측이 조종사노조원 20명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하며 진정세를 보였던 갈등이 다시 격해지는 분위기다.
11일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열린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에서 기장이었던 이 위원장의 부기장 강등이 결의됐다.
자격심의위는 이 위원장이 지난달 1일 인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여객기(KE905편)의 사전 브리핑을 오래해 항공기 출발을 45분 가량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당시 함께 비행할 예정이었던 외국인 기장은 긴 브리핑에 불만을 표출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후 1시 5분 승객 216명을 태우고 출발할 예정이었던 항공기는 기장이 교체된 뒤 오후 1시 49분쯤 이륙했다.
자격심의위 결정에 대해 조종사노조는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기장을 처벌하는 사측의 부당징계에 대해 모든 법적인 절차를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승객의 불편을 초래한 비행 지연을 발생시켜 기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비행 안전과 승객 불편이 발생하는 유사 사례에 대해 엄격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자격심의위의 강등 결의에 대해 2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 청구 시 최종 징계 여부는 중앙상벌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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