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박태환(28)은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결단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둘 중 하나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신청을 하거나 올림픽 꿈을 접어야 한다.
대한수영연맹은 11일 관리위원회를 열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경영대표 22명(남 11, 여 11)을 선발했다. 박태환은 지난 달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100m와 200m, 400m, 1500m에서 리우 올림픽 A기준기록을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를 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제외됐다.
박태환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려면 선발규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대한체육회는 “현 시점에서 박태환 선수를 위해 규정을 개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태환이 CAS에 제소해 승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때 가서 논의할 일”이라고 답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이날 “대한체육회에서 만든 규정을 박태환 선수로 인해 개정할 이유는 없다. 현재로서는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CAS에 중재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재 신청은 최종결정을 통보 받고 21일 이내에 해야 한다. 박태환은 최근 자신의 국가대표 신분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공문으로 정식 질의를 했다. 10일에는 체육회장 면담도 요청했다. 체육회로부터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받게 되면 그날이 최종결정 통보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가 규정을 안 바꾸겠다는 기존 결정을 번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박태환이 CAS 중재 신청을 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박태환이 대한체육회와 사전에 중재 합의를 한 적이 없어 CAS 항소가 불가능하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국제 중재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박은영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라 얼마든지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세계반도핑기구 규약(WADA 코드)도 중재 신청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IOC 헌장 61조 2항은 ‘올림픽과 관련해 발생하는 분쟁은 CAS로 송부해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고 체육회 정관 65조 3항도 ‘올림픽 또는 올림픽과 관련한 분쟁은 CAS에 제출돼야 하고 CAS가 명백하게 해결한다’고 적고 있다. WADA 코드 13.2.1은 ‘국제경기 참가와 관련해 발생한 사건의 결정은 CAS에 항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별개로 박태환의 향후 거취에 따라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 나는 선수들도 있다.
경영의 경우 종목별로 한 나라에서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 중 최대 두 명까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A기준기록 통과자가 없으면 그보다 낮은 B기준기록을 넘어선 선수 중 한 명이 자격을 얻는다. 남자부의 경우 박태환 외에 A기준기록 통과자가 없고 B기준기록 통과자는 11명이다. 이 중 자유형 100m 양재훈(18ㆍ경남체고), 200m 양준혁(22ㆍ서울대), 400m 이호준(15ㆍ서울사대부중), 1500m 박석현(21ㆍ전주시청)은 박태환의 리우행이 불발돼야만 올림픽 출전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처지다. 만약 A기준기록을 충족한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 자유형 100mㆍ200mㆍ400mㆍ1500m 종목에 출전한다면 이들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 특히 이들 중 이호준은 그 나이 때(15세) 박태환을 능가한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 이호준의 자유형 400m기록은 3분51초53으로 박태환이 중3이던 2004년 5월 전국체전에서 세운 3분56초56보다 5초 이상 앞서있다.
이호준은 박태환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첫 출전해 경험을 쌓은 것처럼 자신도 리우 올림픽을 발판 삼아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물론 B기준기록 통과자의 경우 국제수영연맹(FINA)이 각국 대표 선발전이 다 끝난 뒤 랭킹에 따라 선수를 최종 선발하기 때문에 무조건 올림픽에 가는 건 아니다. FINA는 4년전 런던올림픽 때에는 개막 한 달 전 추가 출전선수를 알려왔다. 리우 올림픽 최종 엔트리 등록 마감일은 7월 18일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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