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세기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2ㆍ니혼햄)의 홈런쇼가 메이저리그까지 강타하고 있다.
오타니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오릭스와 경기에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0-0으로 맞선 2회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브랜든 딕슨의 3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 쳐 도쿄돔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3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시즌 6호째다. 이날 도쿄돔을 찾은 캔자스시티 루이 메디나 단장 보좌역은 “오타니가 굉장히 좋은 스윙을 했다. 여러 유명한 스윙을 봤지만, 자연스러운 스윙은 마치 21세 배리 본즈를 보는 것 같다. 본즈는 특별한 선수였는데, 오타니는 그만큼 가능성이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고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오타니는 홈런 6개를 포함해 10일 현재 타율 3할9리(55타수 17안타)에 13타점으로 ‘전업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니혼햄의 주전 타자들 가운데 3할이 넘는 타율은 오타니 뿐이다.?오타니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에 3홈런, 2014년엔 개인 최다인 10홈런을 쳤고, 지난해에는 홈런 5개에 그쳤다.
오타니는 국내 팬들에게 투수로 더 익숙하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한국과 맞붙어 시속 160㎞를 넘나드는 광속구로 우리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투ㆍ타 겸업 사례가 있었다. 해태 김성한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타자로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5리에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고, 투수로도 26경기에 등판해 10승1세이브5패, 평균자책점 2.88로 만화 같은 투ㆍ타 성적을 동시에 남겼다.
투수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을 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상 야수가 마운드에 서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한 시즌 동안 제대로 겸업을 한 건 김성한이 유일했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선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통 5일 로테이션에 따르는 선발투수의 경우 나머지 등판하지 않는 4일 동안 노는 게 아니다. 날짜 별로 프로그램에 따라 등판 직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타자로도 뛴다면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훈련도 투수와 타자, 두 배로 해야 해 피로도는 급격히 누적된다.
실제 오타니는 최고의 타격 페이스를 보이는 반면 마운드에서 예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7경기에 등판해 1승3패에 그치고 있다.?2013년 61⅔이닝을 던져 3승에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한 이후 2014년 155⅓이닝 동안 11승4패, 179탈삼진, 평균자책점 2.61, 2015년에는 160⅔이을 소화하면서 15승5패, 196탈삼진, 평균자책점 2.24로 해를 거듭할수록 눈부신 투구를 했던 그가 올 시즌 최악의 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야구 원로, 전문가들로부터 투수와 타자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을 자주 듣지만 오타니는 타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가 메이저리그 직행이 아닌 니혼햄 입단을 선택했을 때도 투ㆍ타 겸업을 조건으로 내세웠다.최원호(43)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적인 요소로나, 투ㆍ타 모두에서 재능을 가진 선수 스스로의 만족도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로도와 그로 인한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겸업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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