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신의 지지층이 아닌 공화당 지지 여성층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중도 성향의 여성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후보 확정 후 두 쪽으로 갈라진 공화당의 극심한 분열상을 활용해 표밭 확장에 나선다는 그의 최근 전략과 부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힐러리(Hillary)와 공화당 지지자(Republicans)를 합친 ‘힐리컨스’(Hillicans)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WSJ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날 버지니아 주 유세에서 도시 외곽에 사는 저소득층 여성들과 만나 어린이집 확대, 학교시험 경감, 보험료 인하 등의 생활 이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클린턴을 선호하는 계층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차별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에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WSJ과 NBC방송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도시 외곽 지역에 사는 여성들 사이에서 클린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40%, 부정적 시각은 50%로 팽팽히 갈렸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무려 67%에 달했다.
클린턴 측은 적어도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얻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여성표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당시 오바마 후보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게 기혼여성층에서는 7%포인트, 백인여성층에서는 8%포인트 뒤졌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층을 더 끌어와야 트럼프에게로 넘어간 백인 남성표를 그나마 만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닐 뉴하우스는 이번 대선에서 기혼여성을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부동층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들은 클린턴에게 투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클린턴을 좋아하지도, 신뢰하지도 않고 그녀가 너무나 정치인화 됐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도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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