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 미흡한데도 우수보안업체 지정
지난 3월 제2독도함 설계 마쳐, 우려 커져
軍 “유출된 군사기밀 규모 확인 안돼”

방산업체인 한진중공업이 북한 정찰총국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해킹을 당하는 과정에서 통신보안의 결함을 개선하라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시정요구를 받고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진중공업은 버젓이 우수보안업체로 선정돼, 군 당국의 방산업체 관리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한진중공업은 내ㆍ외부 전산망을 분리하지 않고 혼용해 지난해 보안감사 때 정보통신 분야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매년 국내 95개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계획과 시설, 인원, 정보통신 등 보안 관련 분야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에서 한진중공업은 전산망 분리와 관련된 정보통신 점수가 뒤처졌지만, 계획과 시설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보안업체(대기업 2곳, 중소기업 1곳)로 선정됐다. 그 결과 한진중공업은 사내 PC를 통한 외부세력의 해킹 위협에도 불구하고 올해 보안감사를 면제받았다가 전산망이 뚫렸다.
조사에 나선 군 당국은 이번 해킹으로 유출된 군사기밀의 규모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대형수송함 독도함에 이어 2020년까지 6,500억원 규모의 제2독도함 사업도 맡은 터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제2독도함은 해킹시점(4월 20일)에 앞서 지난 3월 설계를 마친 것으로 확인돼, 관련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지난해 보안감사는 규정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반면 한진중공업 측은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은 의무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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