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성 소수자 차별 논란을 촉발시킨 노스캐롤라이나주 ‘화장실법’이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 사이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이에 따라 화장실법이 소수자 차별을 금지한 미국 시민권법에 배치되는지에 대한 논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팻 맥클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9일(현지시간) 이른바 화장실법이라 불리는 주 법률 ‘HB2’ 철회를 권한 미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맥클로리 주지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지법에 소장을 제출하며 “법무부는 근거도 없이 노골적인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시민권법을 극단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앞서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4일 맥클로리 주지사에 서한을 보내 HB2 법률이 인종ㆍ민족ㆍ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시민권법 7편을 위반했다며 9일까지 개정 또는 폐지하지 않을 경우 기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법무부도 맞소송을 제기하며 즉각 대응했다. 린치 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 법원에 HB2 시행 중단명령을 요청하는 소송 제기 후 “시민에게 그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라고 명령하는 법률이 있어선 안된다”고 주 정부를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린치 장관은 또한 트렌스젠더들을 향해 “당신들을 지지하며 진보를 향한 발걸음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학교 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성별을 엄격히 구분하라는 내용을 담은 HB2는 지난달 1일 시행 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법안은 특히 성(性) 정체성이 아닌 ‘생물학적’성별을 차별 금지의 기준으로만 제한해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이용 권리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성 소수자의 차별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유명 연예인들이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취소하고 페이팔 등 대형 기업이 투자계획을 철회하는 등 노스캐롤라이나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소송에 앞서 주 예산을 무기로 주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매년 중앙으로부터 42억달러(약4조9,000억원) 상당의 연방 교육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지난달 교육부는 “주 지원금에 변화를 줄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실법 논쟁이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여론은 노스캐롤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ORC가 9일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HB2에 반대한다고 답한 반면, 찬성은 38%에 그쳤다. 또한 ‘트렌스젠더가 취업, 주택 구입 등에서 동등한 보호를 받게 하는 법률이 있다면 지지하겠냐’는 질문에도 75%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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