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상장 폐지 후 주인 바뀌어
실적 악화로 두차례 상장 실패도
‘1등공신’ 허니버터칩 2공장 준공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
“주주 지위 인정해달라” 주장
‘허니버터칩’의 성공에 힘입어 해태제과식품(해태제과)이 15년 만에 재상장의 꿈을 이뤘다.
10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2001년 상장 폐지된 해태제과는 2007년과 2012년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당시엔 실적 악화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연 매출 1,000억원대 돌파를 눈 앞에 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상장이 가능해졌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7,8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471억원)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고, 당기순이익(170억원)은 4배로 커졌다.
해태제과는 상장을 하루 앞둔 10일 ‘상장 1등 공신’인 허니버터칩의 제2공장 준공식도 가졌다. 허니버터칩은 그 동안 품귀현상에도 최대 생산량이 월 75억원 수준에 그쳤다. 일본 가루비사와 함께 투자해 강원 원주에 설립한 이 공장의 최신식 감자칩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허니버터칩의 공급량은 월 75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게 된다. 생산되는 대로 모두 팔려나가는 현 추세라면 허니버터칩의 연 매출은 1,800억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과업계 사상 최고 매출에 도전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매출 1,000억원을 넘은 과자 브랜드는 5종(오리온 ‘포카칩’과 ‘초코파이’, 롯데제과 ‘빼빼로’와 ‘꼬깔콘’, 해태제과 ‘홈런볼’)에 불과했다.
1945년 세워진 해방둥이 기업 해태제과는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였다. 한때는 음료, 건설, 중공업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재계 24위까지 오를 정도로 사세를 넓혔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과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부족에 부도를 맞았다. 옛 해태제과의 제과 사업 부문을 UBS컨소시엄이 넘겨받아 2001년 세운 기업이 지금의 해태제과다. 이때 사명도 해태제과에서 해태제과식품으로 바꿔 달았다.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되면서 현재 크라운제과의 자회사가 됐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번에 상장되는 해태제과는 옛 해태제과의 70여년 역사와 브랜드를 그대로 잇고 있다. 1945년 출시된 국내 최장수 과자 연양갱을 비롯, 부라보콘 에이스 홈런볼 오예스 고향만두 자유시간 등이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대표 상품이다. 해태제과는 상장 후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옛 해태제과 주주들은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를 결성, “해태제과식품은 그 동안 해태제과의 역사와 브랜드를 사용해온 만큼 옛 해태제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태제과는 “옛 해태제과의 사업 부문을 UBS컨소시엄이 양수해 2001년 설립된 신규법인으로, 상표와 브랜드를 인수받은 별개 회사”라고 맞서고 있다. 2006년 옛 해태제과 주주들은 주주지위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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